추일범

영양교환

추일범

 

죽은 고양이를 세 번 봤다
로드킬은 빼고

골목에 밥그릇이 엎어져 있다
토한 우유처럼 고양이가 누워있다
빈 그릇에 사료를 붓는다
이런 것도 밥이라고 

먹을 것 주변엔 개미가 꼬인다
개미를 죽이는 방법은 많다
한 마리씩 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수도 있고
침을 뱉어 죽일 수도 있다
굴을 찾아 따뜻한 물을 부으면 더 많이 죽일 수 있다
잼이나 설탕으로 반죽한 붕산을 놓는 방법도 좋다
집으로 돌아간 개미들은 빵을 나누어 먹고
배가 부풀어 함께 죽는다고 한다

태우는 데 두 시간쯤 걸립니다
고양이는 죽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것도 몸이라고
가는 길이 멀면 내장을 제거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상자에 넣고 리본을 묶었다 

고양이를 안고 온 사람이 눈물이 안 난다고 했다
자기도 울 줄 아는데 가끔 이러는 거라고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스콘 하나를 나눠 먹으며 기다렸다

저도 정말 슬프고 싶어요

빈 그릇에 사료를 붓는다
이런 것도 일이라고
고양이 세 마리가 죽는 것으론
끝나지 않는다

오래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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