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규모 바이오젠 인수 추진
복제약 넘어 신약 시장까지 넘봐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삼성이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00% 인수 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 50조 원가량이 투입될 초대형 인수합병(M&A)이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삼성의 제약·바이오 역량이 큰 폭의 신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장 착공을 앞둔 시스템 반도체와 함께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서 추가 투자 전망도 나온다.

30일 업계 따르면 삼성이 바이오젠 지분 인수를 위한 사전 검토를 마무리하고 실무 협상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필립 샤프가 설립한 바이오젠은 의약품 매출기준 글로벌 19위로 알츠하이머 등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 분야 업계 최강자로 알려져 있다. 시가총액만 41조원 이르며 지난해 연매출 134억 4500만달러(약 16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매각설은 알츠하미머 치료제 판매 부진 및 핵심 연구진 이탈 등에 따른 영향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33개나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은 큰 편이다.

삼성과는 2012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인연을 맺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50%+1주)와 바이오젠(50%-1주)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산업을 ‘제2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지난 8월 ‘향후 3년 간 240조원을 투자한다’는 그룹의 중장기 계획에도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이 포함됐다. 지난 29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핵심 의약품에 대한 생산·공급력 확보 차원에서 인천 송도에 기존 사옥 부지의 1.3배에 달하는 35만7천366㎡ 규모 용지를 4260억원에 낙찰받았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 시도 역시 삼성의 바이오 영역 확대를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젠 인수를 통해 삼성의 바이오 역량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으로, 인수 성공 시 현재의 의약품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안정적이며 수익률 높은 신약 시장 진출이 기대된다.

삼성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여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 착공에 들어갈 미국 테일러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 설립에만 170억 달러(20조 2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 인수를 추진 중이란 보도는 사실무근’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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