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개발 대신, 배터리센터 신설
내연기관 넘어 전기차 전환 가속
비전 뛰어넘는 구체적 행동 착수

'2022 독일 올해의 차'로 선정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기념 촬영 중인 마이클 콜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사진=연합>
'2022 독일 올해의 차'로 선정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기념 촬영 중인 마이클 콜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하고 배터리센터를 신설한다. 회사 성장을 이끌어 온 내연기관 개발을 잠정 중단하고, 전동화 모델(전기로 구동하는 차량)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번 결단은 현대차의 미래를 결정지을 선택의 순간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24일 업계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본부 산하 파워트레인 담당 조직을 전동화개발 담당으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개편에 따라 엔진개발센터는 폐지됐고, 배터리개발센터가 신설됐다. 배터리개발센터는 배터리설계실·배터리성능개발실·배터리선행개발실 등으로 구성됐으며, 파워트레인 산하 조직은 전동화시험센터·전동화성능개발센터·전동화지원팀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은 박정국 현대차 사장은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효율화하고 적극적인 전동화를 추진한다”며 조직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 엔진개발센터는 1983년 엔진개발실 설립 후 현대차 성장을 이끌어 온 핵심 조직으로 알파·베타·세타·타우 엔진 등이 이곳에서 개발돼 현대기아차에 탑재됐다.

현대차의 엔진개발센터 폐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생각보다 빠르게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현대차는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기존 100만대에서 170만대로 상향 조정하고, 전동화 판매 비중을 2030년 30% 2040년 80%로 늘려나갈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이번 조치가 경쟁사 대비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소전기차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연초만 해도 글로벌 전기차 1위 사업자인 테슬라의 최대 경쟁자로 불렸으나, 근래 위상은 이전만 못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GM·포드·폭스바겐 등 경쟁사들이 정부 지원 및 노조 대타협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아이오닉5·EV6 등 우수한 성능의 전기차를 출시했음에도 라인업이 빈약하고 전동화 속도가 느린 편이라 평가받아 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주목하고 있는 UAM과 로봇 사업은 전기차의 대안으로 아직 부족하다”며 “전기차 경쟁력이 근간이 돼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는 내연기관 엔진 개발의 완전 중단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흥국 중심 내연기관 수요가 여전한 만큼 내연기관 성능 개선은 한동안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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