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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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금융권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보험업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비대면에 익숙해지면서 보험사들 역시 조직, 상품 등 전반에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향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에게 종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편집자주]

디지털 손보사 설립 바람 

기존의 전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문 보험사로 탈바꿈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캐롯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이 영업을 개시한데 이어 금융지주, 빅테크 기업 역시 디지털 보험사 출범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보험사의 시작은 교보라이프생명으로 지난 2013년 교보생명과 일본 라이프넷생명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현재는 교보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당시 소비자가 직접 가입부터 유지·보장까지 모든 절차를 온라인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존 보험사 채널과 차별화를 뒀다.

최근엔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정기 보험’이 있다. 정기 보험은 종신보험과 동일하게 사망을 보장하지만 보험 기간을 선택할 수 있어 자녀 독립 시기나 경제 활동 기간 등 고객이 직접 보장 기간을 설계할 수 있어 종신보험 대비 약 20% 수준으로 보험료가 굉장히 저렴하다.

또 다른 주력 상품은 ‘바른보장서비스’다. 2018년 처음 나온 이 서비스는 보험 보장 분석 상품이다. 고객은 바른보장서비스를 통해 여러 보험사에 흩어져 있는 보험 가입 내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도 받을 수 있다.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보험을 조정하는 리모델링에 도움을 주는 셈이다. 올해 8월 기준 이용자 수는 200만 명, 이용 건수는 400만 건으로 집계됐다.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한화손해보험(한화손보)·SK텔레콤·현대자동차·알토스벤처스·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합작해 출범했다.

이러한 주주사들과의 협업은 캐롯손보의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캐롯손보는 SK텔레콤 대리점에서 QR코드로 퍼마일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현대차와는 디지털 키 전용 자동차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차원의 지원사격도 있었다. 캐롯손보는 지난 6월 한화손보를 통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아울러 정영호 캐롯손보 대표이사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주력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출시한 캐롯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출시 11개월 만인 올해 1월 출시 10만건을 돌파한데 이어 이후 11개월만에 누적 40만건을 돌파했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은 IT 기기로 주행 거리를 측정해 매월 탄 만큼만 보험료를 결제해 기존 자동차 보험료에 비해 저렴하다. 또한 SOS 버튼을 활용한 신속한 사고 접수 등 IT 기반 서비스도 고객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평가다.

<사진=캐롯손해보험>
<사진=캐롯손해보험>

금융지주 중에선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디지털 보험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2월 교직원공제회가 보유했던 더케이손해보험의 지분 70%를 770억원에 인수, 6월 하나손해보험(하나손보)을 출범시켰다. 자동차보험 중심이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고 디지털 손보사로 변신을 선언한 바 있다. 올 상반기부터 자사 앱인 원큐와 원데이를 통해 생활 보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엔 인슈어테크 플랫폼 ‘굿리치’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남상우 하나금융파인드 대표를 새로운 디지털 전략본부장에 선임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월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그동안 전략적 제휴 관계였던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지분 94.54%를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 7.46%는 신한라이프가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지분 100%를 보유한다.

신한금융은 카디프손보를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손보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카디프손보는 기업보험, 특수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소형 손보사인 만큼 이러한 전환에 부담이 없다.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라이프와의 적극적인 협업도 가능하며 그룹이 보유한 온·오프라인 채널과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복합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빅테크 기업 첫 디지털 손보사 출범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일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해보험(가칭 ‘카카오손해보험’) 설립을 위한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지 5개월여 만에 본인가를 신청한 것으로, 본인가 결과가 2개월 이내에 나오는 만큼 카카오손해보험은 이르면 내년 1~2월 중 공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는 당국의 예비인가 승인 이후 지난 9월 말 디지털 보험사 설립을 위한 준비법인을 설립하고 본인가 신청을 준비해왔다.

카카오페이는 구체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만드는 DIY(Do It Yourself) 보험을 개발하고 일상생활 속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할 계획이다. 예시 보험상품은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이다.

카카오페이 본사 내부 전경<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본사 내부 전경<사진=카카오페이>

생보사-빅테크 간 협업 강화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달 들어 카카오뱅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 교보증권 등 교보 3사는 카카오뱅크와 ‘데이터 및 금융 플랫폼 제휴 사업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교보생명과 교보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금융플랫폼을 활용한 협업에 주안점을 둔다. 카카오뱅크의 검증된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연계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며 교보 및 카카오뱅크 고객을 대상으로 공동상품을 기획·출시하고 마케팅과 제휴 프로모션을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

앞서 삼성생명 역시 지난달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을 통해 삼성생명은 고객이 토스를 이용해 보험상담, 상품가입,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보험 프로세스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토스 인증·알림·페이 등의 서비스를 연계한 후 데이터 교류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삼성생명 전용 페이지를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오픈해 재무컨설팅, 계약체결, 보험료 납입, 보험금 청구 등의 서비스를 토스 앱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생보사 빅3 중 하나인 한화생명도 토스와 제휴를 맺고 미니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투자 전문기업 파운트와 함께 ‘AI 변액보험 펀드관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현재 금융플랫폼의 주 고객이 2030세대인 만큼 젊은 고객층이 유입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된 보험시장에서 MZ세대 등 새로운 고객확보를 위해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가진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은 필수”라며 "특히 상품구조나 보험용어 등이 더 어려운 생보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시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열린 '카카오뱅크-교보 업무제휴 협약식'에서 김상훈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지난 9일 서울시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열린 '카카오뱅크-교보 업무제휴 협약식'에서 김상훈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온라인 보험 가입도 증가세 

한편, 온라인 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비중 역시 늘어나고 있다. 다만 낮은 보험료의 단기 상품에만 쏠려있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12일 보험연구원은 한국신용정보원의 가명자료를 분석해 보험상품별 온라인 채널 보험 가입의 특징을 살펴 연구자료를 발간했다.

연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온라인채널 판매 비중은 각각 0.5%, 6.46%로 나타났다. 높은 비중은 아니지만 3년 전(생명보험 0.14%, 손해보험 3.91%과 비교하면 각각 0.36%p, 2.55%p씩 확대된 수치다.

상품별로 보면 생명보험에선 연금저축의 온라인 가입 비중이 16.6%에 달했다. 이어 저축(8.4%), 어린이(4.8%), 정기(3.6%), 상해(3.0%) 순이었다.

손해보험사 상품 중에서는 여행자보험이 가입 건수 절반 이상(50.9%)이 온라인을 통해 계약이 이뤄졌다. 저축(4.8%)과 운전자(4.8%), 질병(1.8%)도 온라인 가입 비중이 높았다.

운전자보험은 벌금·교통사고 처리 지원금·변호사 선임 비용 등 비교적 정형화된 담보 위주로 가입이 이뤄져 온라인채널에서 가입이 용이하다.

여행자보험은 단기 보험이고 보장하는 담보도 단순해 소비자가 직접 온라인을 통해 비교·가입하기가 편리하고 온라인 가입 시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온라인채널 가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보장성 보험인 상해·질병보험과 암, 정기, 어린이보험 등에서 온라인채널 가입 건수 비중은 30대 이하의 연령층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저축성 보험의 온라인채널 비중은 주로 30·40대가 월납 보험에 가입하며 상승했다.

박 연구위원은 온라인 판매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의 성장과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법시행령이 개정돼 소액단기전문보험업의 문턱이 낮아지고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채널의 검색 효율성과 경쟁력이 향상되며 MZ세대 등 젊은층이 주 소비층으로 부상해 소비자가 온라인채널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30대 이하 젊은 고객층의 수요 파악에 집중해 다양한 맞춤형 소액·단기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30·40대 소비자를 위한 저축성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 온라인채널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온라인채널을 통해 거의 판매되지 않는 전통적인 장기보험 등의 온라인판매 전략을 검토해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을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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