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보험사들이 내년 실손보험료를 2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해당 부문에서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 9,696억원에 이른다. 손보사들의 점유율이 80% 수준임을 감안하면 손보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전체 실손보험의 적자는 올해 연말까지 3조 6,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비급여 치료와 일부 병원,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제는 병원을 방문했을 때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은 뒤 과잉진료가 행해지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며 "보험료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백내장 질환 관련 실손 지급보험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백내장 질환 관련 보험금은 약 7,000억원으로,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9,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3년 전인 지난 2018년(2,491억원)의 무려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비급여로 인한 실손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정부 역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2017년 도입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는 보험업계의 반사이익을 지켜보고 실손 보험료율을 조율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실손보험의 적자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협의체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18년 1조 3,594억원이었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19년 2조 4,774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도 2조 4,229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실손보험도 전체 실손보험 보유계약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불과할 정도로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이 앞서 계약한 기존 상품을 4세대로 갈아탈 유인이 적다는 시각이 출시 이전부터 많았다.  

결국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실손보험이란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태로워질 것이란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앞으로 10년간 실손보험 재정 전망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2017∼2020년) 평균 보험금 증가율과 보험료(위험보험료) 증가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부터 2031년까지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12조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의 위기가 계속되면 보험사가 파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2001년에 일본에서는 고이율 저축성보험의 손실로 7개 보험회사가 연쇄 파산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3,8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합리적인 수준의 보험료를 지불하며 실손보험도 지속되기 위해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보건당국이 힘을 합쳐 과잉진료에 따른 의료 관행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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