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정부도 내년 상반기 국산 백신 상용화와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제약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주요 제약사 중 일부는 임상2상에서 고배를 마셨고 3분기 실적도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편집자주]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

부광·대웅·신풍·종근당·셀트리온,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 
종근당·부광약품은 국내 임상2상서 치료효과 입증 못 해
부광·대웅 영업익 늘고 신풍·종근당·셀트리온은 줄어들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주요 제약사의 3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부광약품과 대웅제약은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으나 신풍제약과 종근당, 셀트리온은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전환했다.

부광약품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00% 증가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부광약품의 실적 호조는 매출총이익의 증가와 금융비용·법인세 비용 감소 덕으로 보인다.

부광약품은 지난 9월 말 코로나19 치료제 ‘레보비르’ 개발을 중단한 곳이다.

부광약품은 B형 간염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인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약물 재창출 임상을 진행했으나 임상2상에서 위약군 대비 레보비르 투약군의 바이러스 감소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발표했다.

잘 통제된 중등중 환자에서의 바이러스 감소 경향은 나타나지만, 경증 환자에게서는 감소 경향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회사는 추정했다.

당시 부광약품 관계자는 “추가 임상2상에서 주평가변수인 활성 바이러스양 감소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향후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추가 개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240.5% 증가한 실적이다.

매출과 순이익은 2650억원, 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5%, 303.3% 늘었다.

전문의약품(ETC)부문과 일반의약품(OTC)부문 매출이 모두 늘었고, 나보타 매출은 전년 동기 113억원에서 올해 20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또 ‘다이아벡스’·‘크레젯’·‘루피어’ 등 수익성이 높은 자체품목이 크게 성장했다.

대웅제약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코비블록’을 개발 중인 곳이다. 코비불록의 임상2b상 추가 분석이 마무리되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임상3상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월 발표된 코비블록의 임상2b상 탑라인(최종 결과 발표 전 공개하는 일부 핵심 지표)에서는 코비블록 제공량의 70% 이상을 복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결과를 확인했다.

신풍제약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5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주요 제약사 중 유일한 적자다.

매출은 483억원으로 0.41% 늘고, 당기순손실은 1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풍제약은 3분기 금융수익이 전년(1억원) 대비 1600% 증가한 17억원에 달했으나 판매관리비(판매비·관리비)가 전년(182억원)보다 40.10% 늘어 255억원을 지출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피라맥스는 피로나리딘인산염과 알테수네이트의 복합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과 조립을 저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또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등 폐병변을 개선한다고 알려졌다.

하루 1회 3일간 투여하는 경구치료제로, 2012년 허가받은 후 국내·외에서 200만명 이상의 소아·성인 말라리아 환자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다. 이에 바이러스 변이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신풍제약은 113명의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2상에서 피라맥스의 투약 안전성을 확인한 바 있다. 유효성 측면에서도 감염성 바이러스 고보유군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중증으로의 이환율을 낮추는 임상 개선 경향을 확인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종근당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412억원, 당기순이익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96.5% 줄었다.

종근당은 이 같은 실적이 전년 동기 실적이 좋았던 백신, 고지혈증 치료제의 역기저 효과, 코로나19로 악화된 영업환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근당은 지난 9월 우크라이나 보건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나파벨탄의 임상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종근당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브라질·인도·태국·러시아 등 8개국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부터 칠곡 경북대병원 등 14개 기관에서 임상3상을 시작했다.

임상3상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 600명을 나파벨탄의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한다.

다만 나파벨탄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러시아에서 10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2상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의 주평가 지표(임상적 개선 시간)에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근당은 임상3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나파벨탄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중 고위험군 환자(조기 경고점수 7점 이상)의 치료기간·치료율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 4010억원, 당기순이익 1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94%, 20.13% 줄었다.

셀트리온은 “북미 파트너사 테바(TEVA)의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 위탁생산(CMO) 매출 인식이 4분기로 미뤄졌고,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매출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정식으로 품목허가 받았다. 이로써 렉키로나는 국내 1호 코로나19 치료제가 됐다.

이 정식 품목허가로 렉키로나의 효능·효과는 기존 ‘고위험군 경증에서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증상 개선’에서 ‘고위험군 경증·모든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로 변경됐다.

치료 대상이 확대되고, 약물 투여시간은 정맥투여 방식으로 기존 90분에서 60분으로 단축됐다.

당시 셀트리온 관계자는 “품목허가는 렉키로나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결과”라며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국내에서 렉키로나가 더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또 지난11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렉키로나에 대한 승인 권고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1~2개월 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정식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렉키로나는 국내 물질특허 등록 및 전세계 물질특허 출원을 완료한 첨단 항체기술의 집약체”라며 “CHMP 승인 권고를 통해 렉키로나를 유럽에서도 코로나19 치료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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