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와 손잡고 혁신 점포 구축
영업점 방문없이 금융 업무 이용 가능

하나은행과 BGF리테일의 BI와 CI를 내·외부 인테리어에 공통으로 적용한 디지털 혁신 채널 ‘CU마천파크점’ 외관.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과 BGF리테일의 BI와 CI를 내·외부 인테리어에 공통으로 적용한 디지털 혁신 채널 ‘CU마천파크점’ 외관. <사진=하나은행>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점포 줄이기에 나선 은행들이 편의점을 ‘금융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편의점은 대부분 24시간 문을 열어 은행 점포보다 탄력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데다가 전국에 5만개 이상의 네트워크를 보유해 접근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입출금 서비스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선 영업점에서만 이용 가능했던 계좌·카드 개설 업무도 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편집자주]

하나은행은 최근 BGF리테일과 서울 송파구 소재 CU마천파크점에 금융과 유통이 융합된 디지털 혁신 채널을 구축했다.

디지털 혁신 채널은 양사의 BI와 CI를 내·외부 인테리어에 공통으로 적용해 기존 단순 숍인숍 개념을 넘어 공간의 공유와 함께 양사의 서비스 및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공간으로 구축됐다. CU가 제휴 브랜드의 이름을 점포 간판 전면에 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은 CU마천파크점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사 스마트 셀프존을 별도로 구성했다.

스마트 셀프존에는 은행 상담원과 화상 상담 연결이 가능한 종합 금융 기기 STM(Smart Teller Machine)과 현금지급기(CD, Cash Dispenser)가 각각 1대씩 설치돼 있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기존 ATM 업무 외에도 영업점을 방문해야 처리할 수 있었던 금융거래를 위한 신분확인 및 바이오 인증,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등 50여가지 업무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은 화상 상담 연결이 필요한 일부 업무를 제외하면 24시간 이용 가능하며 업무 수수료도 일반 은행 365코너 또는 영업점에서 수취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CU마천파크점 인근 500m 내에 일반 은행과 자동화기기가 없어 금융 업무가 필요한 손님들의 편의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앞으로 금융 사각지대 위주의 디지털 혁신 채널 구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금융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새로 선보인 디지털 혁신 채널은 금융과 생활 편의점의 장점을 결합해 보다 많은 손님들께 일상 속에서 편리한 종합생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오른쪽)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지난 5월 열린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오른쪽)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신한, 디지털데스크 도입

신한은행도 GS25와 손잡고 미래형 혁신 점포를 만든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GS리테일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 혁신 금융 추진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격오지 및 도서지역 등 금융 사각지대에 우선적으로 점포를 설치해 고객의 금융서비스 접점을 다각화하고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현재 점포 입지 선정 절차를 거쳐 이달 중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GS편의점에 첫 미래형 혁신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미래형 혁신 점포에 실시간 화상통화로 직원과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계좌신규, 카드발급 등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를 도입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편의점에 설치된 ATM 기기에서 은행 내 ATM과 같은 수수료로 금융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유통업계와 손을 잡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점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금융 환경이 디지털 기반으로 변하면서 은행 영업점을 찾는 내방객이 줄어들자 점포 혁신 등을 통해 유지 비용을 절감할 필요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90곳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았다. 감축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전년 말보다 23곳 줄었지만 2019년에는 57곳, 지난해에는 304곳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점포 감축 속도가 느려졌지만 하반기에도 주요 은행에서만 100곳 이상의 점포를 폐쇄할 계획이라 세 자릿수의 감소 폭이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편의점 점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 3만1천개 수준이었던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해 4만4천개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업계 1·2위인 CU와 GS25는 전국에 각각 1만4천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NH농협은행 1천121곳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규모다.

은행권 관계자는 “노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이용 편의성을 감안해 점포를 무작정 줄여나갈 수는 없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를 유지할 필요성이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른 은행과 점포를 같이 쓰거나, 편의점과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혁신 점포를 구축하는 등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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