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유로존 재정 위기 관련해 주요 은행장들을 상대로 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린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주요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를 사들이는 것만으로는 유로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독일의 여제 메르켈 총리의 발언으로 운을 뗀 뒤 "여기에 오신 행장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대응방식을 화제로 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경제가 위축이 되고 성장이 잘 안되는 상황에서 (유럽)은행들은 빚을 갚는 디레버리징이 문제"라며 "(유럽은행들이) 기본자기자본(티어원·tier1) 7%를 충족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는데, 앞으로 7%에서 9%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장들이 요즘 가장 신경을 쓰는 일들이 대외경제일 것"이라며 "아침에 보니까 독일 총리는 역시 강하더라"고 덧붙였다. 유로존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다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재정위기국가들을 상대로 원칙을 앞세우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밀어붙이는 이 여성 총리의 뚝심이 대단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미국 학자들은 이렇게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 "이라며 양측 위기 대응 방식의 차이를 지적했다. 김 총재의 이날 발언은 민간 은행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 은행들이 대외 리스크에 위축되기 쉬운 환경이지만, 적어도 전 세계적인 위기극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 .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수출입은행 회의에 최근 참석했는데, 참가자들의 공통된 생각이 유럽, 미국이 어려운 상황이니 아시아 역내에서 화합해서 잘 해보자는 것이었다"면서 "상업계 은행들의 역할이 축소되다 보면, 아시아에서 협력이 많이 나올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은행장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대외적으로 공개된 경우에는 토론을 안하는데 리스크를 담당해서 그런 것 같다"며 "우리 행장들은 노련한 외교관처럼 말을 한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김 총재는 이밖에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지금처럼 많을 때는 없었다"며 "누군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가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고, 내년에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총재는 이날 예정된 외환은행 매각 명령과 관련해, 래리클래인 행장에 인사를 건네자 "앞으로 자주오게 될 듯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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