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던 작던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탄 배와 같다. 그것도 풍우동주(風雨同舟)일터다. 그래서 돌아보면 좋은 날보다 궂은 날이 더 많아 보여 그렇다. 지지고 볶고, 울고 짜고, 밀고 당기고, 시샘과 실랑이가 뒤범벅이 되는 곳이 시장의 본모습이다.먹고살기 위한 전쟁터 그 자체가 시장의 현주소다. 그런 사람들이 한배에 타고 있다. 그것도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는 날 타고 있는 것이다. 아우성이 절로 나올게 뻔하다.지금 우리나라 형국이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한다. 어느 점쟁이가 한 말이 아니다. 엄청나게 이름이 큰 이가 한 말도 아니다
#7. 투시안경의 최후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마침내 육안으로 옷 입은 사람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위 ‘투시안경’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구글안경’과 같이 보통의 안경 테두리에 초소형 렌즈를 장착하여 눈으로 보는 장면을 그대로 전송 녹화할 수 있는 안경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투시기능을 가진 안경은 이것이 처음이다.사람의 옷 속을 훔쳐볼 수 있는 안경은 당연히 시판용으로 허가를 받을 수가 없을 뿐 아니라 기능 자체가 이미 인권침해라는 불법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은밀히 제조 유통되었다. 시랑
불과 5, 6년 전만해도 골목시장의 슈퍼마켓은 지역상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 무렵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생사는 건 투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확장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로 도시는 물론 지방까지 퍼져나갔다.마침내 서민의 생사가 달린 문제로 비화했다. 골목상권의 주인공인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쟁점화한 것이다. 국회는 할 일이 생겼다. 표를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국회투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무슨 길거리 이름을 따다가 붙인 위원회를 만들어 밤새 토론을 하기도 했다. 오직 서민상권
#6, 인생의 방어운전 비슷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 별 차이 없는 밥을 먹고 같은 학교를 다니며 같은 공부를 했는데도 어떤 사람은 사장이 되고 어떤 사람은 파트타임 알바사원이 되어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걸까. 똑같은 자영업자 사장으로 출발을 해도 어떤 사장은 승승장구 큰 부자가 되어 최소한 삼대가 풍족히 먹고 살 돈을 버는가 하면 어떤 사장은 사는 집 전세보증금까지 담보 잡혀 빚을 얻어 쓰고 언제나 그 조바심을 벗어날지 전전긍긍하며 살게 되는 걸까.이런 차이를 보면 확실히 사람마다 다른 인생이 있고 다른 팔자가 있으며, 누리는 복(
코리아라는 골목시장은 세계에서 꽤 매력적인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우선 전쟁으로 폭망했다가 기적처럼 일어선 곳으로 꼽혔다. 한강이라는 큰 강을 끼고 있는 도시를 수도로 한다는 소문도 덩달아 퍼졌다.코리언이 만들어 내놓는 공산품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어찌나 야무지고 게다가 물건 값이 싸다고 이구동성 찬사를 마다하지 않았다.시장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싹싹했다. 예의도 발랐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도 다른 나라 시장과 달랐다. 코리아시장을 다녀간 사람들은 언젠간 또 오리라 다짐하고 흐뭇한 심정으로
#5. 도둑에게 망신당한 공자(孔子) “어째서 정의를 실천하지 않으시나요. 실천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벼슬을 얻지 못하고 벼슬을 얻지 못한다는 건 이익도 없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명예로 보나 이익의 관점으로 보나 의를 따라 행동하는 편이 실속이 있습니다. 명예나 이익 같은 걸 바라지 않는다 해도, 선비라면 하루라도 의를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장)“글쎄요. 富라는 것은 수치를 모르는 자에게 돌아가고 출세는 귀염 받는 사람들이나 차지합니다. 그러니 명예로 보나 이익의 관점으로 따져보나 높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꽃피는 곳이 없다. 어떻게 먹고 사는지 혹은 무엇으로 사는지 하는 따위 이야기가 흔적 없이 잦아들고 말았다. 잘 먹고 잘살아서가 아니다. 침울한 생각과 참담한 담론에 치여 슬그머니 자리를 내주듯 사라지고 만 것이다.시장이 메말라가는 증거다. 생기가 없어지기 시작한지는 2년여가 되었다. 그로부터 나날이 시장은 앓아왔다. 경기가 시들해지더니 급기야 파산을 하거나 만성진통에 시달렸다. 순전히 이 정권이 가져온 재앙에 다름 아니다.단 한 가지라도 시장에 이로운 정책이나 시책이 없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네들이 입을
#4, 화를 다스리는 방법 한번은 마음에 화가 가라앉지 않아 평소 스승으로 모시는 선사를 찾아갔다.그날도 선사는 일찍 일어나 뜰의 화초에 물을 주고 계셨다. - 가슴 속에 열불이 났군 그래.선사는 내 얼굴을 보자 대뜸 가슴 속에 남아있는 화를 알아보셨다.- 한잠도 못 잤습니다. 가슴 속에 불이 가라앉지 않아 견디기 어렵습니다.선사는 말없이 앞서 걸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지대방에 들어가서 우리는 마주 앉았다. 조용히 나눌 말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그렇게 했다. 여기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기와 마실 물을 담아둔 물동이, 그리
미국과 중국은 지금 전쟁 중이다. 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전쟁을 떠올렸다면 그는 구시대적 인물이다. 지금은 디지털시대다. 핵폭탄이 버섯구름을 토해내고, 인류가 멸망직전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했다면 그도 한참 어리석은 인간이다.대지탈적 인간은 그런 생각 안한다. 전쟁의 승패는 그가 두들겨 대는 노트북 화면에 고스란히 떠올라있다. 지금 중국은 죽을 지경이다. 그것도 굶어죽을 지경에 까지 와있다.중국대표 시진핑을 미국영감 트럼프는 그렇게 요리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기업 수천 곳이 속빈 깡통이란 소리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알만큼은 안
현대경제신문 인사.▲광고국 이사 조민영.
#3, 하루살이와 천 년의 나무 눈을 감고 누운 채로 나는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되새겨보았다.‘지구의 종말’이것이 장자에게 질문한 마지막 말이었다. 그러나 답을 듣지는 못했다.- 지구의 종말, 그게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그대는?꿈속처럼 누군가의 말이 들린다. 장자였다.- 아, 이렇게 소통을 하는군요.- 그렇네. 지상과 천부(天府) 사이에 그럼 유선전화라도 놓일 줄 알았나?장자는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아무런 장치도 없이, 생각에서 생각으로 메신저라니요.- 맞아. 요즘은 문자가 대세지. 안 그런가?- 그래요. 직접 만
한국인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이런 나라를 만들겠다는 위대한(?) 포부를 피력한 지도자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가 현직대통령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그런데 그런 그를 두고 나라가 거의 파산지경이다. 단 한사람 조국이라는 법무부 장관 임명 때문이다. 그는 각료 중 한사람일 뿐이다. 대통령을 도와 일개부처를 관장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그 자리에 앉도록 하는데 나라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대통령의 집권의지를 다수의 국민이 믿을 수 없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그
#2, 천부(天府)의 원탁회의이것도 지난 얘기지만, 조금만 더 얘기해 두어야겠다. 아무래도 장자와 채팅을 시작하게 된 경위가 모두에게 궁금하실 테니까.잠에서 깨어나서 아주 잠시 후, 나는 장자와 함께 낯선 곳에 있었다. 바닥은 구름이었는데 생각보다 푹신하지 않았고, 벽도 천장도 없이 탁 트인 공중이었다. 이를테면 구름 위에 펼쳐진 너른 공간이었다. 그렇다,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곳은 하늘이다.어떻게 이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장자가 ‘따라오게’라고 말하며 내 손을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아
복면작가 황이리 – 새 창작우화 연재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다.인류의 시대(The age of Human)는 또 다시 큰 변혁의 시점에 이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역사’라 부르며 기억하고 있는 인류의 시대는 큰 변고를 맞으면서 마치 지각이 뒤집히듯 뒤집히고 말 것이다. 이것은 수백년 만의 변화며, 어쩌면 수천년 만에 찾아드는 변화일 수도 있다. 어떤 종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고, 어떤 종족은 새로운 세계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의 일이다. 그 ‘머지않은 장래’라는 것은 대체 몇 년쯤 뒤
제살을 파먹다 마침내 죽고 마는 벌레가 있다. 제정신이 아닌 병든 생명체다. 인체에서도 그런 병이 있을 수 있단다. 세포가 세포를 공격해서 죽이는 현상이 그것이다.상대가 적으로 보이는 경우에 그렇다고 한다. 희귀질병이 생기는 현상이다. 백약이 무효란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벌어진다. 자충수라는 말은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들은 안다. 대개 하수가 상대와의 수 싸움에서 수를 잘못 읽고 제수를 줄이는 수를 두는 경우를 일컫는다.그러나 이 수는 고수들이 고도의 전략으로 써먹는 경우도 있다. 상대를 속이는 무서운 암수가
‘결국 거짓은 패망한다.’ 유사 이래 이 가설은 진리다. 그런데 거짓이 의외로 오래간다. 거짓이 질기도록 오래 버틴다는 말이다. 요즘 조국이라는 자가 버티는 걸 보면 그렇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라는 대학교수 출신이 거짓으로 버티는 것을 보면서 절망을 본다.나라가 절망이다. 그것을 노리고 버티는 무리들이 나라 안팎에 널려있다는 느낌이 공포로 엄습한다.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정녕 이런 줄 몰랐노라고 고백하는 이들도 많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타박하는 이들도 많다. 대통령이 빨갱이라고 단정하는 용감한(?)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 장사꾼에겐 육감이란 것이 비상하게 반응한다. 육감에 따라 사업을 늘리기도 하고 반대로 줄이기도 한다. 세상을 읽는 기술을 장사꾼들은 타고난 육감이라고도 한다.최첨단의 경영학을 배우고 익힌 전문경영인도 육감을 무시하지 못한다. 미신을 버리지 못하는 신학자의 생리와도 같다. 시장에서 수십 년을 굴러온 사람들 일수록 육감대로 움직인다는 고백을 한다.그런 시장의 낌새가 이상하다는 소리가 근자에 잦아졌다. 뭔가 닥칠 것 같다는 느낌이 시장곳곳에 깔리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뭔가 석연찮은 기운 같은
지방 K시의 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J시장은 물류를 공부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곳으로 꼽힌다. 흥망성세가 획을 긋듯 뚜렷해서 그렇다.지역세도가의 땅이 바탕에 되어 시장으로 발전했다. 밭과 논이 자리 잡은 중간쯤에 사람들이 오가는 저자거리 비슷한 곳도 그의 토지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가끔씩 옹기종기 모여앉아 전을 벌였다. 그들의 대부분은 세도가의 땅을 경작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다가 일제말기 무슨 법에 의해 정식시장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K시의 첫 번째 공공시장이 된 것이다.해방 무렵에는 시장의 규모가 배로 늘어났다. 유동인
시장사람들에게 믿기지 않는 소문이 은연중에 퍼지기 시작했다. 당대는 물론 3, 4대씩 상점을 이어받아 시장에서 가게를 이어오던 노포들이 즐비한 시장에 불안이 스며든 것이다.시장안의 큰손으로 꼽혀온 P사장이 증조부 때부터 이어온 시장을 정리한다는 소문인 것이다. 조선조말 청국을 드나들면서 쟁여놓았던 땅덩어리가 시장으로 변하면서 대대로 그 덕을 보고 있는 집안사람이 P사장이다.근동에서 그의 집안 땅 밟지 않고 한발 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번져있었다. 그랬던 그가 시장을 팔아버리고 거기다가 아파트단지를 지을 거라는 소문
의심은 의심을 낳는다. 의심할수록 의혹덩어리로 바뀐다. 의심의 보이지 않는 크기가 산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많은 심리학 관련 책에서는 의심을 빨리 거둬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낙천적인 심리상태가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일러준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정상적인 인간의 정신상태인 듯 강조하기까지 한다.일종의 체면요법에 불과하다. 긍정의 영역으로 심리상태를 유인하는 기법에 다름 아니라는 의미다. 의혹을 품기 시작한 사람에게 그게 아니라고 강조해 보지만 의심의 꼬투리는 금방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의혹이라는 검은 그림자로 커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