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라는 세계 한 귀퉁이 골목시장의 연말시황(市況)이 매우 불안하다. 엄청나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찌들어있는 이곳 남쪽나라 사람들도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다. 물론 일부 주민들만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대개의 보통사람들은 여느 해와 달리 성탄절분위기가 여전만 못하다고 느낄 뿐이다.집권과 동시에 썩어들기 시작한 정권은 일찍이 인류역사상 거의 없다. 아무리 형편없는 정권이라고 해도 4, 5년은 지나야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재인정권은 불과 이태가 가기도 전에 진동했다. 썩은 내가. 그리하여 지금 이 지경이 된 것이다.나라
#18, 오케이, 부머! 조그만 아침 뉴스 하나가 머리를 ‘때앵’ 하고 친다. 정말 종소리가 울리듯이 머리를 때린 것이다. 그 울림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오케이 부머 (OK, Boomer)!”한 젊은이가(새파란 스물다섯 살이다) 자신보다 인생을 2배도 더 산 선배들을 향하여 이렇게 쫑크를 준 것이다. ‘알았어요, 할배!’ 이런 뉘앙스라고 매스컴은 친절하게 설명을 붙여준다. 아니, 더 나아가 ‘됐네요, 꼰대’ 정도로 해석하는 게 적당하다는 뉴스해설도 많았다. 어디서 일어난 일이냐 하면, 바다 건너 뉴질랜드 국회에서다. 스물다섯 살
경제가 심리적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정설이 된지 오래다. 이런 주장이 처음부터 먹혀든 것은 아니다.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냉담한 반응에 부딪치기 일쑤였다.사회과학으로서 경제학이 승승장구하는 틈새에 이런 주장은 두드러지기가 어려웠다. 수긍은 하지만 경제의 과학적틀인 수학으로 입증하기가 난처했던 것이다. 지금도 심리적 상황과 결과를 수학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난해한 작업으로 꼽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심리적 영향에 따라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 되었다. 그리고 시장은 이 정설을 몸과 마음으로 절
#17, 영웅은 없다 진즉부터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이제야 시작해보겠다. 얼마 전 에베레스트 제1봉의 정상에 오른 남자 이야기다.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은 1백 년 전 영국인의 이름이다. 그는 당시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 총독부 산하의 지질조사국인가 하는 기관의 측량 책임자였다. 지금이야 산 높이(해발고도)를 항공기나 위성에 탑재한 GPS로 측정하지만, 당시에 산 높이를 잰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기술에 속했다. 기원전 몇 세기경에 이집트의 피라미드 높이를 잰 사람도 있긴 했지만, 사막이라는 평지에 서 있는 피라미드의 그림자를 재는
시장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유통되는 모든 물화(物貨)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거래되는 물건 값을 시장이 결정한다는 의미다. 물건 값 뿐이 아니다. 거래를 매개하는 화폐 즉, 돈의 값어치도 시장이 매긴다.한때 공급자가 값을 결정한다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 기능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시장이 그 기능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자본주의적 이념이 시장이라는 기능을 추동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어서다. 공급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방법은 오랜 경험을 통해 문제가 있음을 터
#16, 시간의 원근법 - 벌써 연말이군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 그래 세월 빠르지? 하하하. 장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 왜 웃습니까? - 1백년도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 3천년을 지내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앗, 그렇군요. 세 살배기 어린애가 할아버지 앞에서 세월 타령을 한 꼴이네요. 생각해보니 가소로운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 죄송하긴. 빠른 건 사실 아닌가. - 어려서 들은 얘깁니다만 그때 선생님 한 분이, (아마 50세 가까이 된 분이셨을걸요)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려서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데, 나이
장마당집 최 영감네 경사소문은 월여 전쯤부터 돌기 시작했다. 시장이 생기기 전 이 동네는 도회지 외곽에 있는 장마당으로 통했다. 그때부터 장마당복판에서 두부 장사를 시작했다는 최 영감네다. 벌써 3대째 이어온 옥호(屋號)가 지금도 통한다.그런 집에 경사가 났다니 시장사람들은 솔깃했다. 그런데 그 경사라는 게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최 영감네가 키우던 진돗개(누가 봐도 변견이지만, 최 영감 눈에는 암만 봐도 진돗개인) 멍이가 새끼 일곱 마리를 낳았다는 거다.남산만한 배를 질질 끌고 다니던 멍이다. 그래도 두세 마리 정도 나올 줄 알
#15. 세상은 도를 잃었다. 이런 말을 보았습니다. 에서요. ‘세상은 도를 잃었고, 도는 세상을 잃었다.’ 이건 무슨 말인가요.세상이 순리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지.그건 알겠습니다. 도를 넘은 사람들, 정도를 잊은 사람들, 예를 들면 그런 사람들을 따라 순리를 잃어버린 기후환경의 변화. 세상이 도를 벗어났죠. 그런데, 도가 세상을 잃었다니 이건 무슨 뜻입니까. 도는 본래 불변이라면서요. 어떻게 도가 세상을 잃을 수 있죠?세상이 도를 따르지 않으니 도가 세상을 잃는 것이지.아하!이런 건 어떤가. 의사는 환자를 헤아리지 않
시장은 무섭다. 스릴 넘치는 공포의 현장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공정한 곳이라는 의미에서다. 시장은 무서운 이리(利理)가 면도날처럼 번득이는 곳이다.시장의 공정성은 생명 그 자체이다. 시장의 생명은 어디에서 연유되는가? 시장의 주인이라고 믿는 얼치기 상인은 제 하기에 따라 생명이 부여된다고 여긴다. 한 십여 년쯤 시장에서 굴러본 장사꾼은 어렴풋이 안다. 내가 하기에 따라 되는 것이 아님을 짐작한다.시장의 생명은 소비자 즉 단골고객에 의해 주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서야 비로소 상인은 어떻게 해야 장사를 오래 해먹을 수 있는가를 깨
#14. 물 흐르듯 흘러라. - 도(道)라는 것은 무엇입니까.장자에게 물었다.-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았나?- 보았지요. 무수히 보았습니다.- 물 흐르는 것이 도다.- 에이, 그것은 자연이지요. 자연이 도입니까?- 바로 맞췄다. 자연이 바로 도다. 노자가 말하지 않았느냐.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처럼 사는 것이 최고의 도리라고.- 아, 그런 말인가요? 그러면 도를 따라 산다는 건 어떤 삶을 말합니까.- 물이 흐르듯 사는 것이지.- 에이, 구체적으로 말해줘 보세요. 뜬구름 잡는 식으로 말고요.어깃장을 놓자 장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12. 부모의 삶은 어떻게 상속되는가 내가 인류의 미래를 묻자 장자는 대답을 회피했다. 미리 다 알면 사는 재미가 떨어질 거래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좀 오래 전 일인데,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사람은 왜 사는 거예요?’ 하고 물은 적이 있다.저 나이에 인생의 비밀을 묻다니. 사실은 그 답은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부모라면 아이가 묻는 모든 걸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어리석은 의무감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어리석은 대답을 해주고 말았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살아야 하는 거야’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여러 가지
시장은 참으로 예민하다. 골목시장을 콩나물 천원어치, 고등어 한손, 꽁치 두어 마리 따위나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의 터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엄청난 판단착오다.거기서 힘이 나온다. 그것도 응축된 폭발력이 기상천외하다. 그런 시장이 지금 말라가고 있다. 벌써 해가 바뀌었다. 정부가 그걸 해소해야한다. 그런데 시장의 이상 현상을 알고서도 내놓았던 정책이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딴 나라 정부도 이만 못하지 않았을 정도다. 고치라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마이동풍 그대로였다. 회복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진단이 나온 것도 오래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4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제화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선언했다.의협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해 발의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거나 보험 가입, 연장 거부 등의 근거를 쌓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하지만 의료업계가 청구간소화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이면에는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들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개정법률안이 통과돼 효력을 얻게 되면 가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사실상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시스템 업데이트를 한번 하거나 정비하고 나면 꼭 문제가 발생한다.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전산사고가 발생한 어느 증권사의 관계자의 답변이다. 전산사고가 나지 않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얘기해도 부족할 텐데 대답은 사뭇 달랐다. 업데이트를 하다보면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참 느긋한 반응이다.증권사 전산사고는 매년 반복되는 단골 소재다. 대형, 중형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니 전산사고가 나지 않은
시장은 참 오묘하다. 사람이 오고가고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기능자체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시장이 움직이는 작동원리, 그 중에서도 심리작용이 그렇다는 얘기다. 경제가 심리에 의해 작용한다면 시장은 혈맥 맨 끄트머리에 자리하는 감각기관이다. 그래서 거대한 경제의 체온에 해당한다.시장의 체온이 냉각돼 간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통계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려 경제를 해보려던 이 정부의 조짐이 보이면서다. 서민들은 주저하기 시작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니 시장체온이 내려가기 비롯한 것이다. 바람보다
#10. 지구의 미래 - 남극에서 큰 빙하 덩어리가 하나 떨어져 나왔답니다. 조금 더 클까요. 대륙에서 갈라져 나온 균열의 길이가 자그마치 20km나 된답니다. 길이가 그 정도면 우리나라 영종도나 맞먹어요. 크기는 그보다 약간 클 겁니다.- 영종도만한 빙하가 떨어져 나왔다고? 대단하네.- 그러게요. 영종도가 좀 큽니까. 그 안에 대규모 국제비행장이 두 개, 골프클럽에 신도시에 작은 산봉우리에…. 상주인구도 6만 명을 넘어요. 연락선 오가는 선착장만도 서너 개나 있답니다.- 어허. 만약 빙산이 되어 바다로 흘러나온다면 거
[현대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요즘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온다. 최근 결혼을 앞둔 30대 친구는 “분양가 상한제가 되면 나도 집을 싸게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우리는 분양가 상한제의 덕을 보지 못할 것이다”였다.최근 청약시장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청약 광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후 서울 첫 분양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203.75대 1을 기록했다.정부가 분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잘살던 나라. 미인이 많은 나라로도 꼽혔다. 석유가 펑펑 쏟아진다는 나라였다. 그게 국가의 주요 재원이었다. 우스게 소리로 개도 100달러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나라였단다.산유국으로 이름을 날렸던 베네수엘라를 일컫는 말들이다. 남미에서 아니, 세계적인 부국이었던 나라의 현주소는 비참하다는 말 그대로다. 까닭은 정치인이라는 자들이 표를 나랏돈으로 산 결과다.제 돈으로 선거를 치루고 정당하게 당선이 돼 정권을 장악했다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되겠는가. 상습적인 매표가 일상화된 나라다. 석유로 번 돈을 펑펑 써댔다.
# 9. 교활한 처세술 이솝의 우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선량한 사람이 길을 가던 중 날개 부러진 독수리를 보았다. 독수리는 야생의 새를 잡아서 파는 장사꾼의 상점 앞에 있었는데, 다리에는 굵은 나뭇등걸에 묶인 쇠사슬까지 메여 있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날개를 꺾어서 달아날 생각을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선량한 사람은 마음이 아파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주머니를 다 털어 비싼 값을 주고 독수리를 사들인 다음 집에 데려가 좋은 먹이를 주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날개를 치료해주었다.
크던 작던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탄 배와 같다. 그것도 풍우동주(風雨同舟)일터다. 그래서 돌아보면 좋은 날보다 궂은 날이 더 많아 보여 그렇다. 지지고 볶고, 울고 짜고, 밀고 당기고, 시샘과 실랑이가 뒤범벅이 되는 곳이 시장의 본모습이다.먹고살기 위한 전쟁터 그 자체가 시장의 현주소다. 그런 사람들이 한배에 타고 있다. 그것도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는 날 타고 있는 것이다. 아우성이 절로 나올게 뻔하다.지금 우리나라 형국이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한다. 어느 점쟁이가 한 말이 아니다. 엄청나게 이름이 큰 이가 한 말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