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것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치다. 보이지 않는 체면의 논리다. 그것을 지키는 사회가 그런대로 살만한 고장이다.대한민국은 그런 면에서 심각한 지경에 접근하고 있다. 무슨 저명한 학자가 진단한 형국도 아니다. 장삼이사가 입에 달고 사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게 나라꼴이냐고 묻는 세상이 되어서다.한국인이라면 고스톱게임을 모를 리 없다. 셋이서 하는 게임이다. 참가인원은 무제한이다. 죽고 사는 것도 자유의사다. 그러나 세 명만이 최종게임에 주자가 된다. 민주적이다. 시장 경제적이다. 자신 있고,
#32, 얼굴을 읽는 사람 정(鄭)나라에 신들린 무당이 있었다. 이름은 계함이다. 그는 관상에 도가 터서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가 죽을 사람인지 살 사람인지, 복 받을 사람인지 화를 당할 사람인지, 수명의 길고 짧음까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미래에 화를 당하거나 죽을 날짜까지 귀신처럼 알아 말해주니 사람들은 그가 무서워서 보기만 해도 피해갈 지경이었다. 그러나 열자(列子)는 도를 찾는 사람이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소문을 듣고 계함을 찾아가 만나보더니 족집게 같은 그의 능력에 매료되었다. 열자에게는 호자(壺子)라는 스승이 있었는데
#31, 생각이 너무 많으면 실패한다 - 글 쓰는 사람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 말해보게. - 글이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때, 그것을 드러내기 위하여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위하여 그것에 깊이 천착하다 보면 작가에게는 그것이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됩니다. 스스로 식상하다는 느낌에 빠지고 마는 것이지요. 이것은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큰 방해가 됩니다. 쓰다가는 지우고, 쓰다가는 덮어두고, 쓰다가는 포기하는 일이 일상이 되거든요. - 오호. 정말 큰 방해가 되겠군. 처음 영감이 떠올랐을 때, 회의가 들기
#30. 지구촌이 왜 이래? “A deadly virus is spreading from state to state and has infected 26 million Americans so far. It's the flu” (1월30일, 미국 CNN)- 이 뉴스를 보고 오싹해지네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 퍼져 2천6백만 명이나 감염되었다는 얘기잖아요? 중국에선 코로나19, 미국에선 독감, 일본에서는 방사능…. 대체 지구촌이 왜 이래요? - 이거 가짜뉴스 아니야? - 이런!! CNN 홈페이지에 어엿이 올
‘시장이 반대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것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만들어 내지도 말고, 있는 것도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사회가 태동하면서 사회적 친(親)시장적질서가 뿌리 내린지 오래다.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에서건 친시장적 가치를 외면하고는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체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의 한 방법으로 시장은 퍼포먼스를 받아들인다.우리 대통령은 퍼포먼스에 뛰어난 재간을 가진 분이다. 전 정권을 밀어내고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퍼포먼스에 능한 젊은이를 대동했다
시중에 떠도는 가담항설(街談港說)을 휘휘 거둬 볕에 말려두면 못해도 삼년 마른반찬 걱정은 없을 터다. 그 가운데 가장 짭짤한 항설은 최고 지도자라는 사람과 그 졸개들이 저지르는 못된 짓과 관련된 것들이다. 숙성도 잘돼있어 맛도 좋고 듣는 이들의 마음과 썩 잘 어우러져 술안주로도 그만인성 싶다.이르러 선거철이다. 항설이 난무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그 내용과 질이 예년과 사뭇 다르다. 아무리 항설이라고는 해도 극단까지는 닿지 않는 게 상식이다.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우선 치명적이다. 헌법이 정한 최고 권력에 내리는 극단의 형벌은 파면이
#29, 타이밍의 효용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저수지 둑에 작은 균열이 생겨 물이 새기 시작할 때 긴급히 작은 모래주머니라도 하나 채워서 막으면 더 이상 갈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게을리 방치해두었다간 균열이 점점 커지고 물 새는 구멍이 넓어져서 둑을 보수하는 데 훨씬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그조차 하지 않으면 아예 둑 전체가 허물어져 무너진 것을 치우고 둑을 다시 쌓아야 하는데, 이때에는 아무 것도 없던 곳에 새 북을 쌓는 것보다 배나 더 힘든 공사가 되고 만다. 비용과 노력면에서 게으름
#28, 찌아유 우한 (加油 武漢) - 민심이 흉흉합니다. - 왜 또? 설 잘 쉬고 나서 무슨 일이라도 있나? - 이런. 모르세요? 코로나 바이러스인지 뭔지가 퍼져서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판에. - 아하. 그렇지. 총성 없는 전쟁이야. 전쟁도 단시간에 수백명이 죽고 만 명 넘게 쓰러지는 전쟁은 큰 전쟁이지. - 국가의 존립은 민생(먹고 사는 일)과 안보(안전한 생활)가 전부인데, 국방안보나 경제안보 못지않게 위생안보(衛生安保)가 중요함을 새삼 느끼겠어요. - 위생안보라. - 각종 전염병…, - 어디 사람을 해치는 게 전
딱한 노릇이다. 나라안팎이 온통 중국폐렴바리어스 창궐로 요동을 치고 있다. 이 판국에 좌파정당은 시뻘건 욕망의 더듬이질을 해대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골자로 한 개헌을 하겠단다.빨갱이 천국을 만들겠는 것이다. 자유대한민국을 공산주의나라로 둔갑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장 법무장관이 되자마자 법을 무시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설치는 여자가 일갈한 바도 있다. 중국식 토지공개념이 이상적이라고.시장의 필요성을 무시해도 된다는 얘기다. 비과학적인 집권자들의 오만이다. 설익은 지식인들의 자만이기도 하다. 시장이 없는 세상에서도 대한민국은 유지할 수
#27, 내가 나를 모르는데… 몸이 편안하니 손발을 잊고마음이 편안하니 시비도 잊었노라이미 편안하니 편안함도 잊었고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네. 온몸은 마른 나무 같이 아무 것도 모르고마음도 꺼져버린 재처럼 아무 생각이 없어라 오늘도 내일도 몸과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39년을 살았고, 또 한 해가 저문다.마흔이면 불혹이라는데, 내가 과연 그리 될까. 身適忘四支 心適忘是非 旣適又忘適 不知吾是誰百體如槁木 兀然無所知方寸如死灰 寂然無所思今日復明日 身心忽兩遺行年三十九 歲暮日斜時四十心不動 吾今其庶幾(백거이, ‘은궤 隱几
#26, 불효막심한 효도 며칠 전 꿈을 꾸었어요. 15년 전에 쓰러져 뇌사상태가 된 친척 형님인데, 이제 날 좀 편히 떠나게 도와 달라 하더군요.이런?쓰러진 당시에 한 번 가보고는 그 뒤로 회생했단 말도, 죽었다는 소식도 못 듣고 지냈는데, 갑자기 꿈에 나타나니 당황스럽더군요.실제로 어떤 상태인데?알아보니 그날 이후 지금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병실에 누워 있다더군요. 산소호흡기만 떼면 끝날 상황인데, 그 아들이 반대해서 못한다는군요.십 수 년 동안이나?15년요. 그 사이에 아들과 딸은 청소년기를 지나 30대의 청년이 되었죠. 아버지를
‘중국은 거짓의 나라’라고 일갈한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로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 소르망’이 그다. 그가 어쩌다 다른 나라를 모질게 비판한 까닭이 궁금하다.모르긴 해도 직업인 문명비평을 하기 위해 중국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경제사정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현대 중국의 속사정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서방국의 공공기관 등을 통해 관련자료 등을 구해보듯 중국에도 그렇게 해볼 요량이었을 터다.허우대가 멀쩡해진 중국은 그러나 서방국가들과는 사뭇 달랐다. 과학적 근거가 되는 경제 관련 자료는
#25. 달과 손가락 “어리석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것과 같이, 문자에 집착하는 자는 나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 (불교경전 )- 그러나 그대여, 너무 더러운 손으로 달을 가리키지 말라. 부패한 손의 악취는 코만 막는 게 아니라 눈까지 어두워지게 한다. - 오오, 시(詩)입니까? 맞는 말입니다. 손이 너무 더러우면 달을 보기 전에 손에 먼저 신경이 쓰입니다. 그러니 달을 보지 못하게 되는 건 달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가리킨 자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포식자(捕食者)와 피포식자로 나뉜다. 잡아먹는 무리와 먹히는 무리가 그것이다. 말없이 모든 것을 내준다는 야생의 나무도 예외는 아니다.소나무 빽빽한 곳에 다른 나무가 비집고 살수 없다. 밤나무 밀집한 곳에 아카시 나무가 뿌리내리고 살아내기가 거의 어렵다. 토양이 달라서도 아니란다. 종(種)이 ‘다른 생물이 살지 못살게 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시기하고, 내치고, 물리적 가학으로 못살도록 하는 원초적 본능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는 있어서다.시장도 포식자와 피포식자로 나뉜다. 경쟁이라는 물리적 작용에 의해 승
#24, 신인(神人)과 지인(至人) 견오가 연숙에게 물어 이르기를 “접여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는데, 너무 황당해서 사람의 일이라곤 생각할 수도 없더군. 그가 말하기를, 막고야라는 산에 신인(神人)이 살고 있는데 피부는 눈이나 얼음처럼 하얗고 용모는 처녀와도 같이 아름답대. 그런데 곡식을 먹지 않고 바람이나 이슬을 마시며,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용을 부려 사해(四海) 밖까지 돌아다닌다는군. 그가 정신을 집중하면 만물을 병들지 않게 하고 해마다 곡식을 잘 익게도 한다는군. 이렇게 허황되니 당최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
이란이 외과수술을 당했다. 꼭 죽어야 할 인간이 불과 3분도 되지 않는 순간에 거의 녹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세계 사람들은 비슷한 시간에 그 광경을 목도했다. 식구들과 밥을 먹거나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부지불식간에 지켜 본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현 그대로다.도회지나 시골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삶의 현장이 그렇다. 그것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남쪽사람만 모른다. 그는 그 무거운 입을 이따금 열긴 한다. 그때마다 우리나라 사람은 잘 산다고 한다. 걱정이 없다고 거듭해 말한다. 그는 워낙 지상천국에서 노닐기 때문에
#23, 붕정만리(鵬程萬里) “북쪽 바다에 큰 물고기가 있다네. 이름을 곤(鯤)이라 하지. 얼마나 큰지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어. 이 물고기는 바다 속에 있다가 가끔 새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오른다네. 그 새 이름은 붕(鵬)이라 하지. 붕이 물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 수면에는 공중으로 삼천리나 솟구치는 파도가 일어난다네. 붕은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 높이로 날아올라 남쪽 바다로 날아가는데, 한 번 떠났다가 돌아와 쉬는 것은 여섯 달이나 지나서지.” ( 소요유 편) - 첫머리에 놀랍고 재미있는 얘기가 있더
모처럼 여름휴가를 얻으면 솔가(率家)해서 시골동네로 피서를 갔다. 향수를 불러오는 퍽 오래전 애기다. 그럴라치면 필수품 중 하나가 초자유리로 만든 소위 어항을 구입해 가곤했다.어항 아구리에 된장이나 깻묵을 이겨 붙여 물속 어소(魚巢)에 놓아두고 물고기가 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서 어항을 들어 올리면 잡고기들이 잡히기 일쑤다. 된장이나 깻묵냄새에 끌려 어항언저리를 기웃대다가 돌아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아무리 생각이 없다손 치더라도 저렇게 멍청할까 여기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버들치, 가재, 모래무치, 붕어 등
#21, 시작의 책 ‘빨강머리 홍당무’라는 제목의 동화가 있다. 공부 잘하는 형의 그늘에 치여 부모형제로부터 늘 구박받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는 천덕꾸러기 소년의 이야기다. 주근깨에 꼬부랑머리, 그리 사랑스러운 외모도 아닌 주근깨투성이 소년인데, 본래 못 생겨서 사랑을 못 받은 것인지 사랑을 못 받아 못 생겨진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작가 쥘 르나르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활동한 프랑스의 소설가 극작가 동화작가 등등이다(Jules Renard, 1864~1910).그가 죽은 지 꼬박 110년이 지나갔다. 홍당무 얘기를 하려는
#19, 인간의 시간, 우주의 시간 - 해가 바뀌었습니다. - 뭐 벌써 바뀌어. 난 달력 하나도 못 구했는데? - 에이, 달력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하늘나라 계신 분이. - 하아, 그래도 기념이라는 게 있잖아. 아무리 시간이 관념이라 해도, 그 관념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즐기는 건 결코 무의미하지 않네. 사실 12월 31일이라 해서 다른 날과 다른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렇게 숫자를 부여해놓지 않았다면 밀이야. 그저 새털같이 많은 날들 중 하나지. 하지만 그 날을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정해 의미를 부여하니 지상의 수십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