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7장 오해(3) *당시 루시퍼를 훔친 뒤 우리는 기타 주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누구도 내색할 수 없었다. 주말 동안 멤버들은 동아리실에 모여 페스티벌 참석에서 누가 루시퍼를 연주할지에 대해 의논했다. 당연히 메인 기타 포지션인 용주가 연주를 해야 맞지만 용주는 일렉기타와 베이스를 연습해왔다. 어쿠스틱은 내 포지션이었기에 다른 멤버들은 용주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나는 루시퍼를 연주하는 것이 왠지 두려웠다. 그럼에도 루시퍼는 꼭 내가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라가 의견을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오해(2) *가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노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가게로 다시 들어갈까 하다 바깥을 둘러보았다. 마당이 있는 쪽 담을 끼고 옆으로 돌았다. 길게 이어진 골목은 주택가였지만 낡은 집이 대부분이었다. 드문드문 허물어진 폐가도 여러 채 보였다. 재개발 구역이거나 버려진 동네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4차선 도로 건너편과는 전혀 다른 얼굴처럼 분위기부터 달랐다. 맞은편 동네는 신축 건물과 함께 새로 생긴 듯한 상점들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었다. 이쪽과 저쪽이 찻길을 사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7장 오해(1) 모텔 문을 나서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사내가 뒤쫓아 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작정 뛰었다. 그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그 옛날 기타를 훔쳐 달아나던 때와 오버랩 되었다. 도망치는 것이 맞는 걸까. 모텔 사내는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지 내 숨소리만 요란했다. 비가 그친 뒤라 그런지 쌀쌀했다. 안개가 찻길과 건물들을 부옇게 채웠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공중으로 퍼졌다. 아침이 다가오는 것 같았지만 안개 때문인지 동네는 여전히 깊은 밤처럼 고요하고 신비로웠다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스라엘은 오랜 역사와 종교와 정치가 씨줄날줄로 얽혀 있는 매우 특별한 나라이다.이 책은 이스라엘에 관해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거나 별로 드러나지 않은 이야깃거리들을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펼쳐놓고 있다.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설명은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이 책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듯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이스라엘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특히 성지순례나 비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6장 기타 루시퍼(3) 용주는 생각보다 치밀했다. 언제 이렇게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열쇠까지 맞춰둔 걸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구멍에 열쇠를 넣고 차분하게 현관문을 따는 용주를 보자 나는 용주가 조금 무서워졌다. 정대는 현관문 근처에 숨어 망을 보았고, 나는 용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집이 비어 있다고는 했지만 갑자기 누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용주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나와는 달리 용주는 몹시 침착했고 마치 아는 집에 들어온 것처럼 자연스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기본적으로 PD 혼자 만드는 프로그램이다.현지에서 도와주는 이는 코디네이터뿐. 30시간의 비행시간에, 지구 반대편에서 혼자서 카메라 7대 이고지며 2주 동안 촬영은 물론 그 와중에 드론도 날리고, 탱고 축제에서 춤도 배우고 현지인들이 건네는 술도 받아 마신다. 물론 술에 취해도 영수증은 잃어버리면 안 된다.하지만 이러한 속사정은 토요일 아침 들려오는 경쾌한 ’걸어서 세계 속으로‘ 시그널 음악에 모두 묻혀버린다.매끄러운 50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장면과 장면 사이의 이야기는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기업은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 전달해야 한다.소비자가 왜 이 제품을 사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동기’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사실 마케터는 제품이 ‘하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제품의 ‘목적’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최신 기술, 최고의 소재, 최고의 인터페이스가 적용됐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하지만 아무리 홍보를 잘해도 제품의 상세 사양으로는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저자는 고객의 당연하고 유일한 선택이 되는 것, 고민하지 않고 사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저자는 최근 몇 년간 다음의 세 가지 화두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했다.나이가 들어도 중심을 지켜나가는 삶, 지속 가능한 글쓰기와 작가 생활, 그리고 나다운 삶을 이루는 선택이 그것이다.시간을 들여 고민을 거듭하던 저자는 나이 듦과 글쓰기, 삶의 선택 모두 작가로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깨달았다.인간은 누구나 개별적 존재로, 타인을 따라 살 수 없다. 자신과 불화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나’의 감정에 솔직한 태도를 지니고 삶의 지향을 차분하게 살펴야 한다.저자는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고군산군도를 마주 보는 심포항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가 직접 살면서, 십수 년의 시간을 들여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 광경들을 하나하나 그림과 글로 기록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 에세이다.이 책은 고군산군도의 겉모습보다는 그 내밀하고 속깊은 이야기를 한꺼풀 더 들춰본 속모습에 대한 이야기다.천년을 지켜온 섬과 바다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 기록될 미래의 섬과 그곳에 깃든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다.이 책에는 올해로 만 100세가 되도록 평생 섬을 지켜온 섬여인의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에서는 일의 의미에서 브랜딩까지 일하는 사람이라면 물어봐야 할 질문들을 ‘시선, 성장, 브랜딩, 태도, 질문, 전환, 선택’ 7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1장에서는 일의 의미와 업의 본질을 되새기며, 2장에서는 내가 일의 주인이 되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묻는다.3장에서는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보고 쉽게 대체되지 않을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점검한다.4장에서는 시간의 밀도, 생산성, 감수성 등 퍼포먼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태도를 설명한다.5장에서는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대명사는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대신 나타내는 말 또는 그런 말들을 지칭하는 품사로, 지시대명사와 인칭대명사로 나뉜다.이 시집은 총 두 개의 부로 나뉘는데, ‘1부 범람하는 명랑’에는 지시대명사, 2부 ‘무표정도 표정’에는 인칭대명사를 제목으로 한 시가 놓였다. ‘그곳’이라는 제목의 시 3편, ‘그것들’ 6편, ‘그것’ 16편, ‘이것’ 1편과 ‘그들’ 9편, ‘그’ 9편, ‘우리’ 9편, ‘너’ 4편, ‘나’ 1편이 담겨 있다.이 시집을 보면, 독자의 시선도 시인의 시선을 따라 ‘그것’이 ‘있었던’ 자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전시 기획사 이엔에이파트너스는 배우 강훈이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의 오디오 가이드에 참여했다고 8일 밝혔다.국립중앙박물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강훈은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공개된 작품 총 52점 중 27점을 설명한다. 강훈의 중저음 목소리가 명화 분위기와 어우러져 작품 설명이 더욱 진지하게 들린다는 평이다.관람객은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전시를 즐길 수 있으며, 네이버 바이브 앱을 통해 무료로 9점의 설명을 미리 들어볼 수도 있다.‘영국 내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6장 기타 루시퍼(2) *청계천을 다녀온 뒤 우리 멤버는 자주 모였다. 우리가 다니던 교회 옆 맥도널드 2층은 언제나 한산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용주를 중심으로 모의를 했다. 용주는 우리들만의 기타를 마련해야 한다며 썰을 풀기 시작했다. ‘진정한 음악가에겐 최고의 장비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용주의 말을 정리하면,‘진정한 음악가 = 좋은 악기 소유 = 비싼 악기’이런 등식이 성립했다. 최상의 기타를 찾아야 했다. 그것도 단 한 대 뿐인 기타 ‘루시퍼’여야 했다. 우리의 가슴에 별을 품게 만든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숫자는 객관적이다.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숫자는 정확하게 전달된다. 이 때문에 보고서나 신문 기사에서도 숫자나 도표를 이용하면 설득력을 얻는다.간접흡연에 노출되면 심장 질환 위험이 25퍼센트 증가한다거나, 유방조영술을 통한 유방암 조기 발견이 사망률을 20퍼센트 줄인다거나, 새로 개발된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가 99.8퍼센트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연구의 타당성보다 일단 숫자에 주목한다. 숫자는 그렇게도 힘이 세다.우리는 뉴스를 통해 매일 수많은 숫자를 접한다. 이 숫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한국알렉산더테크닉협회(협회장 최현묵)는 지난 3일 양재 aT센터 세계로룸에서 열린 ‘2023 알렉산더테크닉 박람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5일 밝혔다.이번 박람회는 전시관과 예술관, 체험관, 건강관, KATA KIDS 등 부스로 진행됐으며 잘못된 습관에 의한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탈 학습적 교육법인 알렉산더테크닉을 소개했다.특히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심신의 피로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생각과 방법 등을 제시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얻었다.또한 여러 부스 중 예술관에서는 예술을 전공한 교사들이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6장 기타 루시퍼(1) 용주는 우리를 청계천 악기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나라에 단 한 대뿐인 기타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리는 악기사를 차례로 돌며 용주가 설명한 디자인과 비슷한 기타를 찾기 위해 꼼꼼하게 뒤졌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악기사의 주인들은 그런 기타가 존재할 리 없다며 어이없어 하거나, 애들의 쓸데없는 호기심 정도로 무시했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확신에 찬 용주의 말을 믿기로 했다.대부분의 악기사 전문가들은 한 대 뿐인 희귀한 기타 같은 건 프로 뮤지션이 된 다음 관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5장 거울로 가득한 방(1) 방에 들어오자마자 불도 켜지 않고 우두커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모든 게 사라져 버린 어둠 속에서 빗소리만 존재를 드러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외부의 ‘소리’라는 것에 집중했다. 어떤 것에든 소리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 소리는 각자의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의 기타가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떻게 그토록 멀쩡할 수가 있을까. 17년 전 잃어버린 기타를 이런 엉뚱한 장소, 엉뚱한 시간에서 마주칠 줄이야.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4장 쉼표(2) “잠깐이라도 앉아서 보세요.”여자가 의자를 가리켰다. 나는 고개만 끄덕하고 계속 서서 책을 읽어나갔다. 그가 들려주는 록 인생은 충분히 매혹적이어서 비에 젖듯 속수무책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 전설의 뮤지션들의 삶을 새롭게 각색해서 생생하게 들려주던 용주가 떠올랐다. 용주는 그 시절 뮤지션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다 알게 된 걸까. 용주를 떠올리며 책장을 넘겼다. 내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뿜어져 나왔다. 기타의 여러 모양을 본뜬 텍스트 디자인이나 간혹 등장하는 핸드릭스의 공연 장면
2023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는 전설적인 명품 기타 ‘루시퍼’를 매개로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젊은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들만의 삶의 길을 만들어가는 신선한 소재로 전개된다.밴드 그룹 ‘비따비(Vis ta Vie)’를 결성하며 작품을 종결하는 결말 또한 새롭다. ‘비따비’는 우리말로도 뭔가 색다른 의미를 생성하고 있지만, 프랑스어로는 “네 인생을 살아라”는 뜻이다.기성세대가 요구하는 틀을 벗어나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조금은 불안하고 불완전하나 이 또한 ‘젊음’이라는 위치가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어린이’ 창간 100주년 기념 차상찬 학술대회가 강원문화교육연구소(소장 정현숙)와 한림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소장 염정섭) 공동 주최로 이달 12일 오후 2시 한림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다.이날 학술대회 첫 순서로 정현숙 강원문화교육연구소 소장이 ‘차상찬 선양 사업 보고와 계획’을 발표한다. 차상찬은 어린이날 제정과 어린이 운동에 크게 기여하고, ‘어린이’ 창간을 주도했으며 주요 필자로도 활동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차상찬의 성과를 조명하고, 춘천의 지역브랜드인 ‘어린이 수도’와 관련한 콘텐츠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