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를 휘어잡아 군림하려 하고 있다.금융위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결정이다.시기가 묘하다. 지난해 4월 금감원이 금융위로 넘긴 제재안을 임기철에 즈음해 결정한 것이다. 이번 문책경고로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손 회장은 연임이 불투명해졌다.금융위의 제재안 확정 후 며칠 지나지 않은 14일, 이번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 후 처음
2장거미줄과 잠자리 7 북풍이 창문을 칠 때마다 문풍지가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기숙사의 창가에 선 정식은 그 많던 별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깜깜한 밤하늘을 응시했다.“돈이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던 배찬경이 항간에 유행하는 신파조 변사의 목소리로 지껄였다. 가까운 데서 부엉이와 멧비둘기가 우는 소리가 부웅부웅, 꾸욱꾸욱, 바람 소리 속에 섞여서 번갈아 들려왔다.“시끄러! 진지하게 방법을 짜내 보란 말이야. 네가 못 푸는 문제는 조선독립밖에 없잖아.”정식이 신경질을 냈다.“네 머릿속이 시끄럽겠지. 심순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 전력기업간 원전개발 계획 수립 협력 의향서(LOI)가 최근 체결됐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계약 성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국내 원전의 해외 수출길이 다시금 열렸다는 것과 첫 유럽 시장 진출이란 점에서 국내 원전 사업 부흥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한동안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던 원전 사업에 대한 최근의 관심 증가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기인한다.현 정권은 원전 사업 확대를 대선 때부터 외쳐왔고 이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
2장거미줄과 잠자리 5 정식은 오순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었다. 오순의 몸에서 지금까지 맡아 본 적이 없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냄새의 근원을 찾아 정식은 자꾸 얼굴을 더 깊이 묻었다. 그러다가는 오순의 속옷 속을 더듬었다. 오순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되레 그동안 가장 금기시했을 법한 은밀한 곳으로 정식의 손을 이끌었다. 백사장처럼 부드러운 평원에 이르렀다. 오순이 이끄는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 정식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순의 손이 이끌지 않아도 정식의 손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다보독한 숲과 만났다. 숲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야
2장거미줄과 잠자리 3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졌다. 새 계절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 못마땅한 듯 교정의 나무들 속에서 매미들이 그악스레 울었다.“아까 읍내 행사에 참석해서 제군들이 잘 알겠지만, 오늘이 이른바 천장절(天長節)이외다. 일본 천황이란 자의 생일이란 말이외다.”연단에 오른 교장 조만식이 교정에 도열한 학생들에게 훈화를 했다. 연단 밑에는 찹쌀떡이 든 나무상자가 너덧 개 쌓여 있었다.“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이 바로 그제이외다. 우리나라가 죽은 거나 다름없고 우리나라 백성이 모두 상중(喪中)인 거나 다름없소이다. 어찌 슬프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재정비사업 소식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지난 11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기 신도시 정비 추진현황'을 설명하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발표 내용에는 1기 신도시 정비를 위한 민관합동 전담조직(TF) 구성 및 국토부가 정비 기본방침을 마련한 뒤 5개 지방자치단체가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토부-지방자치단체가 동시에 움직일 것이라는 계획 등이 담겼다.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 기본방침 마련과 특별법 발의를 위
2장거미줄과 잠자리1붉고 큰 해가 신미도 삼각산 너머로 사라지는 중이었다. 노을이 지상과 하늘의 경계를 짙게 물들였다. 옥녀봉 냉천터 부근 바위에 앉은 정식이 피리를 불었다. 오순이 옆에 앉아 피리 음률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정식의 시에 오순이 세간에 흘러 다니는 노래를 나름으로 변조한 곡을 붙였다. 오순은 목청이 고와 남산학교 시절 여러 차례 학예회에 뽑혀 나갔다. 그것이 학교에서 노래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스스로도 그때부터 노래에 자부심을 갖는 듯했다. 잊힐 듯이 볼 듯이 늘 보던 듯이그립기도 그리운 참말 그리
1장스승 김억과의 만남 5 “그 학생 시를 보고는 제 가슴 속으로 상쾌한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갔더랬습니다. 순진무구한 감정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하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학생입니다. 앞으로 우리 학생 중에서 놀랄 만한 시인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김억이 교무실의 교장 책상 앞에 서서 조만식(古堂 曺睌植) 교장에게 말했다. 마침 그때 정식은 교무실에 막 들어오던 중이었다.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한 채 출입문 옆에 있는 서가 뒤에 멈춰 섰다. 김억이 압수해 간 노트를 찾으러 왔는데, 김
1장스승 김억과의 만남 2 안채를 가운데 두고 양 옆에 사랑채와 헛청채를 거느린 디귿(ㄷ)자 형 집의 마당 위에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대문 옆 가죽나무의 앙상한 가지 위에서 까치 서너 마리가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정식에게 기쁜 일이 닥친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큰 가방을 들고 마당 가운데에 선 정식의 앞자락 위로 늘어진 털목도리를 어머니가 추슬러 주었다.“네 애비 경우를 봐서라도 행동거지를 각별히 조심하거라.”정식이 작별인사를 하자 할아버지가 당부했다. 정식을 전송하러 나온 할머니와 어머니, 첫째 작은어머니 모두 제발 할아버지 말
장편소설 ‘국경’, ‘압록강블루’와 단편소설집 ‘그 여름의 두만강’을 집필한 이정 작가가 국민애송시로 널리 알려진 소월의 시를 소설로 재해석했다. 김영삼 시인의 소월 정전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보탰다. 애송시 대부분의 주제가 되는 그리움에 초점을 맞춰 그 재미를 더했다. [편집자주]◆ 작가의 말재작년 여름 영화 일을 하는 지명혁 교수로부터 소월의 삶을 소제로 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부탁받았다. 기억 속에 막연히 걸려 있던 소월을 구체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노래해 국민 애송시로 널리 알려진 소월의 시가 한둘이 아
우리는 참 돈을 좋아한다. 돈에는 변수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보다 돈을 믿는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세상의 억지 속에서 그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탄하면서도 우리는 돈의 가치를 믿는다. 우리는 돈을 배신하지 못한다. 사람은 배신할 수 있어도 말이다.사람은 늘 변수요인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으며 돈을 활용하고 돈을 버는 행위를 한다. 결국 돈과 사람은 별개가 아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잃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 때
경제는 인간이 하는 활동이면서도 동시의 인간의 계량적 수치가 반영된 분야이다. 그래서 인간의 가치가 흐릿해지면서도 동시에 명확해지는 사회 분야이다. 때론 수치로 인간적 가치가 평가되기도 하고, 반대로 수치로 계산되지 않은 지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도출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치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보여주는 투명한 언어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그럴 때마다, 한 인간이 흐릿해지고 희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필자도 회사를 다니고 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과평가 등의 수치를 마주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
최근에 예술 작품에 대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가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예술 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NFT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에겐 어떻게 보면 예술 작품에 대한 안목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오늘은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과 각 예술 장르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예술 작품의 중요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발터 벤야민은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예술의 진위 여부에 따라 ‘아우라’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아우라란 예술작품에서 흉내낼
미래 기술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경제인에게 있어서 참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소비자들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경제적 가치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관련 미래 기술들은 분명한 필요성이 존재하면서도 그 기술적 비용과 경제적 이익 때문에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그래서 경제인들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미래 기술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 기술이 실효성이 있는가의 문제부터, 미래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인지까지, 너무나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경제 이익에 대한 모든 판단은 ‘미래’를 어떻게 상정하고 인지할 것이냐의 문제다. 경제라는 것은 앞으로의 이익을 생각하는 과정 속에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미래 가치를 생각하는 일은 경제인에게 있어 필수적인 사고 능력이다.그런데 미래 가치 판단에 있어 우리는 어떤 관점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그 미래의 물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자본으로 환원해서 미래 가치를 따질 수도, 공익적인 목적으로 미래 가치를 따질 수도 있다. 결국 경제적 주체가 어떤 관점으로 미래를 상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경제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대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예술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둘 다 예술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예술 자체를 좋아하는 것과 예술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소유의 목적보단 그것을 향유하는데 목적이 있는 반면, 예술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컬렉션’, 즉 작품을 수집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필자도 시집을 사서 모으는 취미가 있다. 시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집을 사서, 저자의 ‘사인(Si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서부 개척을 통한 땅의 발견은 세계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후에 지구의 모든 곳을 정복한 인류는 우주까지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쉬운지, 인류는 결국 과학 기술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땅을 ‘만들고’야 말았다. 메타버스는 잘 알다 시피 3차원의 가상 세계로, 그 안에서 사회,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공간을 뜻한다.문제는 메타버스의 시장 가치는 기존의 과학 기술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실질적 가치는 사람들이 메타버스 공간 속에 들어와 ‘시장’을 형성해야만 그 경제적 가치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알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을 알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도 있지만, 나도 그 사람에게 뭔가를 ‘원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욕망을 알고 싶은 마음은 어느 시대나 공통된 이야기이다. 특히 소설과 같은 서사물은 서로의 ‘욕망’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그런데 경제활동은 생각보다 ‘서로의 욕망’을 너무나 잘 알고 시작한다. 일종의 경제적 공리로, 판매자와 소비자의 위치가 정해진 채 ‘거래’, ‘교환’을 한다는 것은 양측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
필자는 SNS를 자주한다. 그러면서 여러 개인들을 만나고 소통한다. 가끔 광고도 마주한다. SNS의 순기능도 있지만 최근의 SNS 광고를 보며 필자는 약간의 속상함을 느꼈다. 그것은 모두가 결핍만을 폭로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 욕망은 결핍의 다른 말이라 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욕망하는 이유는 욕망이 결핍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욕망한다. 이렇게 볼 때 SNS에서 ‘결핍의 폭로’는 욕망이 충만하다는 것을 반증해 보이는 듯하다.그러고 보면 광고에서 욕망은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기업 마케팅도 소
현대경제신문이 2022년 임인년(壬寅年) 3월, 창간 13주년을 맞이했습니다.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본지는 경제, 금융, 산업 각 부문의 건실한 발전에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생생한 정보를 공정하게 보도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2021년부터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다양한 주제의 영상 서비스를 제작해 유튜브(U-Tube)와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또한 갈수록 척박해지는 문학 환경을 되살릴 밀알이 될 ‘제1회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를 등단을 꿈꾸는 신진작가들의 많은 참여 속에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