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에 우리의 혼란한 정치가 한 평범한 4인 가족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룬 가족소설이자 정치소설이다.종교관은 같지만 정치색은 다른 엄마와 아빠, 딸과 아들의 4인 가족 이야기는, 봄-정희(엄마), 여름-하민(딸), 가을-동민(아들), 겨울-영한(아빠), 그리고 봄-정희(엄마)로 이어진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점으로 쓰인 다섯 계절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현실적이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1번’을 찍은 엄마와 ‘3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4장 비밀(3) 머릿속이 하얘졌다. 빨리 불을 켜야 했다. 전기 스위치가 있는 곳까지 열 걸음 가까이 가야 한다. 불을 켜야 하는 걸까. 아니면 어둠 속에서 놈과 대적하는 게 더 이로울까.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했다. 언젠가 놈이 다시 올 거라고 확신했지만 하필 무방비 상태인 지금 나타나다니. 놈과 어떤 식으로 대결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아저씨를 그렇게 만들 정도면 함부로 봐선 안 될 상대다. 기선제압을 해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게 관건이다. 실내는 완벽하게 어둠으로 차단된 상태다.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4장 비밀(2) *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가는 길에 여러 사람과 어깨를 부딪쳤다. 넋이 나간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그냥 멍했다. 미로를 간신히 빠져나왔나 싶었는데 다시 제자리로 와 있는 것처럼 암담했다. 당신이 내게 보여준 강력한 권력과 속박의 권한은 허공에 뜬 나무에서 비롯된 것처럼 근본이 없는 것이었나. 빈 좌석에 앉아 맞은편 유리창에 시선을 둔 채 생각에 잠겼다. 몇 개의 역을 지나쳐 지하철은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빛이 날카롭게 유리를 통과해 오른쪽 눈을 따갑게 찔러댔다. 사람들이 점점 많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4장 비밀(1) 이 주가 지났지만 구보아저씨의 의식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저씨의 표정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저 평온했다. 그동안 나는 병원에 면회 가는 날을 제외하곤 레트로 가든에 처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주일도 안 되어 경찰 수사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눈치였다. 피해자가 의식이 돌아와야 뭔가 밝혀질 텐데 지금으로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여자는 평소와 달리 병원으로 가는 내내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다. 이제는 서로 말이 없어도 어색함을 견디는 관계는 아
현대경제신문이 2024년 신춘문예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의 꿈을 이루고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 신진작가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응모 부문 ] ■ 장편소설(1) 매수 : 200자 원고지 1,000매 내외(2) 시상 및 상금 - 대상 1편, 상패와 상금 1,000만원- 우수상 1편, 상패와 상금 200만원 ■ 시 (1) 편수 : 5편 이상(2) 시상 및 상금 - 대상 1편, 상패와 상금 500만원- 우수상 1편, 상패와 상금 100만원 [응모 마감]응모마감은 2023년 12월 8일(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3장 침입자(2) “아저씨, 공연 늦지 않게 오세요. 준비 다 해놓을 테니까요.” 이른 점심을 먹고, 잠깐 어디 들렀다 갈 테니 먼저 가 있으라던 구보아저씨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물건을 구하러 간 건 아닌 눈치였다. 대체 어딜 간 걸까. 한 번도 개인적인 일로 공연을 펑크 낸 적은 없었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간다거나 병원에 약을 타러 갈 때는 언제나 나와 동행했고, 물건을 구하러 갈 때도 한나절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 어쩔 수 없이 지역 복지관의 ‘청춘靑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이 국내 회화전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이 개막 111일째인 지난 20일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일 평균 2,7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코로나19 이후 회차 별 입장 관람객 수를 제한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주목할 만한 결과다. 라파엘로와 보티첼리,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터너, 컨스터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관람객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굿즈 인증 이벤트’가 마련됐다.주관사 이엔에이파트너스는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 ‘소소하지만 확실한 나의 취향’이란 주제로, 굿즈 구매 후 SNS에 인증하는 이벤트를 연다고 14일 밝혔다.이번 이벤트는 관람객이 굿즈 코너에서 아트 굿즈를 세 종류 이상 구매한 후 자신만의 구매 이유와 주제 등을 정해 ‘영국 내셔널러리 명화전’ 공식 블로그와 인스타그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3장 침입자(1) *그날도 장마철 소나기가 계속 쏟아졌었다. 쉼표에서 레트로 가든으로 가는 중이었다. 바닥에 고인 물과 쏟아지는 빗물에 발이 철벅철벅 소리를 냈다. 드문드문 세워진 차량의 몸체에 요란한 소리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시원하게 들렸다. 거센 비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비에서 마른 흙냄새가 진동했다. 가로등 불빛이 풀어진 물감처럼 흐물흐물 번졌다. 길을 막 건너려는데 누군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나는 유령이라도 만난 듯 깜짝 놀랐다.“회장님 와 계셔.”“어어 여긴 어, 어떻게…&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2장 4인조 결성(2) *4인조 밴드 첫 버스킹인가. 구보아저씨는 감쪽같이 젊은 록커처럼 변신했다. 여자의 설득으로 아저씨는 긴 머리를 약간 자른 뒤 펌을 하고 염색을 해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 게다가 찢어진 헐렁한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받쳐 입어 세련되게 변신했다. 가면까지 쓰니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헤이, 록 앤 롤 보이!”구보아저씨 역시 록 스피릿을 의미하는 손가락 제스처로 왼쪽 가슴을 탕탕 친 뒤 팔을 공중으로 뻗었다.우리는 각자 마지막 공연 장비를 검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4인조 결성 8월 중순으로 접어 들었지만 푹푹 찌는 더위의 열기가 계속되었다. 한동안 정대 생각에서 헤어나기 힘들었다. 반복된 일상을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었다. 몇 가지 변화는 있었다. 레트로 가든의 물건을 정리해준다는 핑계로 그곳 소파에서 잠드는 날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구보아저씨와의 관계가 발전했다. 또 다른 변화라면 27클럽에 대해 여러 정보를 알게 되었고, 27클럽 회원들의 루트를 통해 루시퍼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놀라운 건 아직도 27클럽이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YAP(Young Artist Power) 분들과의 인터뷰 기획으로 인연이 된 정진 작가의 작업 노트에 있던 글들을 정리해 출간해 보자고 제안을 드린 기획이다.영감을 온전히 믿지는 않는다는 그녀에게, 영감의 순간은 생각을 촉발하는 트리거에 불과하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앞뒤의 지속적인 시간들이다. 저자에겐 그 시간의 해석 방법이 글쓰기이다.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문장 부호들까지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들이다.함축적 의미와 작가 자신만의 미학으로부터, 편집의 일반성은 잠시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사십 대들은 마흔이 넘으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직접 마흔이 넘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마흔은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후반전을 대비하며 힘껏 앞으로 나아갈 시기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런 질문 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마흔에게 필요한 답은 무엇일까?사마천은 고통과 치욕 속에서도 절망을 딛고 일어서서 책을 써냈다. 그가 저술한 사기에는 3천 년 역사의 기록과 다양한 인간 군상 속에는 성공과 실패, 부와 권력의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2016년 치러진 미국 대선은 전 세계에 많은 화두를 던졌다.바깥에서 바라볼 때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거짓말쟁이가 노련한 정치가를 누른 이 선거의 결과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어떻게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었을까?”를 논의하며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저자는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사건을 회고하며, 트럼프의 당선이 워터게이트 이후로 소강상태에 빠졌던 “거짓이라는 암이 재발한 것과 같다”고 진단한다.“부도덕한 사업가가 우연히도 정치가가 되었고 그 정치가가 거짓말쟁이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어째서 이렇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서사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세계관’의 존재 자체를 조명한다저자는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흐름을 거쳐 지금의 용법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되짚어 준다.뿐만 아니라, 영화·웹툰·소설·드라마·유튜브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각각의 세계관의 설정 방식과 특징을 소개한다.이러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관이 서사 콘텐츠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마케팅, 브랜딩, 스토리텔링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이 책은 작품이나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즉위 이래 창궐한 전염병,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입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다시피 한 황제 마르쿠스. 그가 써 내려간 내면의 정신적 활동, 즉 ‘철학적 일기’인 이 책은 ‘명상록’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이 책은 헬라스어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따라 원제목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을 되살리고, 풍부한 주석과 연보, 찾아보기를 제공하여 불멸의 고전 반열에 오른 마르쿠스의 글이 제시하는 근본적인 삶의 원리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어지럽고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에는 ‘경행’ ‘호흡’ ‘꿈(예지몽)’ ‘무의식’ 등의 개념이 자주 나온다. 이것을 학문의 범주에서 논할 수 있을까?저자는 이 책으로 ‘앎-삶’을 한번 매듭짓고 새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즉 제도권 대학이 놓치고 수행자들이 풀지 못한 인간의 이치를 밝히고자 한다.새로운 인식의 획득에만 기댄다면 깨우침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무의식의 기원’으로부터 실험해보며 새로운 실천에 진입해볼 것을 권한다.여기 실린 글들은 언뜻 낯설고, 그로부터 펼쳐지는 이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그것은 지식이 아직 몸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에 주목하고, ‘전라디언의 굴’에서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에 사로잡힌 호남을 소환한 저자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한국 사회의 발걸음에 제동을 건다.‘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한국을 요모조모 살핀다. 왜 우리의 정치는 헛돌고만 있을까?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서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오히려 퇴보하다시피 하는 걸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어떤 상황에 봉착할까?이 책은 여러 물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가끔 제게 단어의 어원을 묻는 실수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의미심장한 문장 하나로 시작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재밌는 어원 이야기인 이 책은 저자의 지식과 열정을 연료로 삼아 각종 영어 단어의 탄생과 변화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단어마다 얽힌 사소한 역사적, 문화적 일화까지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다.철학, 과학, 역사, 예술 등 분야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다채롭고 장대한 단어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문다.저자가 소개하는 112가지 영어 단어마다 인간이 쌓아온 흔적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현대 사회는 SNS를 통해 짧은 글로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근거가 빈약한 단정적이나 감성적인 내용만 가득이다.이런 식으로 많은 ‘좋아요’를 받으며 인정 욕구를 채우려는 클레이머가 많다. 그러나 남을 비난하고 ‘좋아요’를 받아봐야 금전적 이득을 얻는 등 실제 생산성은 전혀 없으므로 이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다시 남을 비난하는 데 풀게 된다.정부나 대기업은 비난을 받으면 일단 사죄부터 하여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저자는 일본인이 ‘가축화’되었다고 강하게 표현하며, 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