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책’ ‘과학’ ‘나이 듦’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우정을 쌓아온 우리 시대의 지성인 이권우, 이명현, 이정모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뇌과학자 정재승과 만나 ‘지능’에 관한 아주 특별한 대담을 나눴다.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차하는 격변의 시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질문들이 필요할까?“책의 시대를 관통하여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대화에서 우리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뇌는 어떻게 변하는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궁극적 능력은 무엇인지, 우정은 행복한 노년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등을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측정 방법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기준도 점점 더 엄밀해진 과정을 살펴보면, 그 역사에 수많은 개인들의 치열한 탐구와 더불어서 시대정신의 변화나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큰 영향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표준 길이로서 1미터가 탄생한 배경에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뜨거운 사건이 있었고, 토지를 측량하면서 그려진 지도는 제국의 식민지 지배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평균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우생학이라는 끔찍한 학문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책은 공기나 물처럼 일상에 너무 깊이 관련되어 있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저자는 1997년 ‘가디언’에 입사해 11년간 정치부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 출신이다.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위협을 당하는 영국 국회의원들의 사례가 이 책의 모티프가 됐다.그들은 소셜 미디어상의 괴롭힘에 시달리면서 집 현관에 잠금장치를 여러 개 설치하고 테러에 대비해 지역구 사무실에 비상 버튼을 설치하거나 패닉룸(대피소)를 마련하기도 했다.작가는 인터뷰에서 진짜 스릴러는 우리의 현실에 있다고 밝히면서, 이 책에 뉴스보다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한, 지금 이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냈다.정치인처럼 공적인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전 세계 언론사와 저널리스트들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이 급진전하는 가운데, 초등학생부터 90세 노인까지 개인들도 뉴스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금세 만들고 있어서다.가짜 뉴스의 범람과 유튜브 같은 SNS(소셜미디어)의 득세는 ‘진짜 언론’과 ‘유사 언론’의 경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100년 넘게 통용되어온 미디어 법칙이 파괴되고 있는 지금, 한국 언론은 어떻게 생존하고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올해 34년차 현역 언론인인 저자는 해법을 복잡한 이론이나 디지
고맙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에서 응모하는 신춘문예 시 작품들을 읽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선은 응모된 작품의 양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시적 표현에 대한 열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한 증거인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인간이 시를 필요로 하는 것은 감정적인 문제가 많을 때 그런 것이란 것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여러 차례 읽어 이진호 씨의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를 당선작으로 뽑고 박마리아 님의 「산 능선」을 가작으로 뽑습니다. 또한 최종심까지 겨룬 작품은 양일동 님
국내 신문사 주최 신춘문예 공모 행사 가운데 장편소설을 모집하는 곳은 현대경제신문사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설의 본령이 장편소설이지만, 신문·잡지·출판사에서 장편소설을 수용 발표하기에는 지면 확보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서 대부분 중편이나 단편소설을 수용한다. 신춘문예 역시 신문에 게재할 수 있는 분량의 단편소설 중심으로 공모하고 있다. 이러한 창작환경에서 장편소설 중흥을 위해 신춘문예에 장편소설을 공모하는 현대경제신문사에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감사 말씀을 드린다.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에서 예심을 거
저 멀리 보이는 산 능선 비탈진 곳에엄마는 엄마를 묻고 사는 곳을 떠나지 못했다재개발로 아침에 잠시 다녀가는 햇빛처럼모두가 떠나갈 때도 붙박이처럼 꼼짝 않고그 자리를 버텨왔다그 산 능선 바로 밑에 남편을 묻고그 쪽으로 앉은 엄마의 어깨에비스듬한 산비탈이 생기고 난 후엄마도 그 산이 되었다같은 모습으로 앉아 멀리 보이는그 산을 바라보며엄마얘기를 할 때 가장 빛났던엄마의 눈이 행했던 숲을 더듬는다생의 한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엄마는 무너졌다가 일어섰고그 봉우리에 서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을 때도피하지 않더니 영원히 그 곳에 잠들었다어느덧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하지만 난 감자들이 갓 태어난 양 같아 못 견디겠는 걸땅속에서 뒤룩뒤룩 살을 찌운 몸뚱이 양수를 터뜨리고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멍한 눈들감자를 양이라 우기면 지글지글 침은 고이지만 조금 참을 만해지는 걸양들은 눈을 뜨자마자 창고로 옮겨지고 엄마는 가축들을 세심히 돌보지어느 날 엄마는 양의 가죽을 벗겨 칙칙폭폭 거무틱한 화덕에 불을 지피네화차엔 맵고 그을린 울음들 세차게 뿜어져 나오지동생은 양의 염통에 소금을 뿌려 대지만 감자엔 포크와 설탕이 필요하고온종일 일을 나갔다 감자 앞에 앉은 식구들가슴에 뜨거운 달
민주의 방(房)들 모든 인간이 차지하는 최초의 방, 어머니.늦은 밤, 재실집 문간방에서 민주의 어머니는 동생을 출산한다. 고통을 어머니에게 떠넘긴 아기의 울음소리가 밤을 가른다. 귀신과 박쥐가 주인인 재실집에서 민주는 동생 진주와 함께 방치되어 자라다 일곱 살 되던 해, 산골 오지마을 능바우로 향한다.능바우로 이사 온 민주네 가족은 마당 넓은 집의 ‘창꼬방’ 한 칸을 빌어 살아간다. 민주는 언니를 따라 산길을 걷고 또 걸어 학교에 다닌다. 가족이 깃든 방 한 칸은 좁지만 능바우 대자연은 광활하다. 민주는 학교에서 글자를 배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2024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대상 당선작은 소설 미학이 돋보이는 구성으로 삶을 조명한 작품인 「민주의 방(房)들」(한열음, 본명 김희정)이 선정됐다. 시 부문 대상에는 동화적이면서 서사 구조를 바탕에 깔고 있는 완성도 높은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이사과, 본명 이진호)가, 우수상에는 짜임새 있는 서정시로 숨결이 매우 정겨운 작품인 「산 능선」(박마리아)이 뽑혔다. 장편소설 대상 1,000만원, 우수상 200만원, 시 대상 500만원, 우수상 1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개최된 2024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단군 이래 한국인의 선조는 한반도의 극단적인 기후와 척박한 생산력 아래에서 있는 힘껏 생존을 모색했다. 먼저 척박한 한반도에서 한국인들은 뭐든 먹어야 했다.아무거나 먹다 세균에 감염되어 죽지 않으려고 감염에 효능이 있는 걸 따로 먹기도 했다.마늘과 쑥이다. 단군신화의 ‘마늘과 쑥’은 어떻게든 살겠다는 한국인의 의지를 상징한다.한반도에서는 개인들이 살아남기도, 또 국가로서 살아남기도 힘들었다. 어쨌든 살아남아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국인만의 여러 특질이 만들어졌다.이 책은 그 과정을 세 명의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정의롭고 청렴한 행보로 명망을 쌓아가는 변호사 이태하에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돈과 관련된 송사가 날아든다.돈 앞에선 그 진하던 핏줄도 희미해지는가. 아버지가 어머니 몫으로 남긴 유산마저 빼앗으려 소송을 건 딸,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금고를 습격한 형제들의 난타전, 유산 상속이 걱정돼 홀로된 아버지의 만혼을 저지하려는 자식들. 어느 만큼 지니지 못하면 인간의 존엄마저 박탈해 버리는 것이 또한 돈이다.생명마저 위협하는 무서운 중독, 바로 ‘돈 중독’이다.갑작스럽게 애인과 헤어진 여자의 속사정과, 로또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헌정사상 최초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6년 촛불혁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서 대통령 탄핵에 성공하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제67대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되어 검찰개혁의 선두에 섰던 추미애가 작정하고 아픈 검찰개혁에 관한 소설을 썼다.절정으로 치닫는 국민의 분노와 시대의 소명을 광장의 촛불로 밝혀낸 주인공으로 재탄생했다.이 책은 대한민국을 흔든 검찰 관련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등장하는
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공모전 마감이 임박했습니다. 등단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신진작가들은 서둘러 응모에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응모마감은 2023년 12월 8일(금)이며 마감일의 우체국 소인이 찍힌 우편 접수만 인정합니다. 현대경제신문은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1,000만원, 시 부문 당선작 500만원 등의 상금을 걸고 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당선작은 2024년 1월 8일 현대경제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 응모 부문 ] ■ 장편소설(1) 매수 : 200자 원고지 1,000매 내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7장 The end The end-그건 가슴 시리도록 당신을 자유롭게 하지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비가 내렸다. 은행잎이 공중으로 휘돌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바닥에 쌓이는 소리가 들렸다. 빗방울 소리는 서서히 굵어져 빠른 비트의 음악처럼 들렸다. 나는 루시퍼를 꺼내어 연주했다. 여자가 두고 간 팜플렛을 들여다보았다. 역시 여자의 기획 아이디어는 언제나 빛을 냈다. 구보아저씨 이야기가 핫하게 퍼진 지금 추모공연 기획을 내놓다니. 어제부터 공연을 시작했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추모공연을 하게 되면 구보아저씨가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6장 오디션 레트로 가든에 도착하자마자 구보아저씨는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렸다.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사람 맞아? 나는 크게 물었다. 용주가 없다는 걸 믿지 않는 눈치였다. 말리에게 전화를 걸어 용주가 D시에서 언제 오냐고 물었다. 용주랑 같이 있는데 뭔소리냐고 했다. 예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말리에게 용주와 당장 레트로 가든으로 오라고 했다. 드디어 용주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 온 거다. 용주가 안겨준 엄청난 충격의 여파가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구보아저씨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왔다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5장 만남 병실에서 만난 구보아저씨는 너무도 멀쩡해서 마치 딴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건강상태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말리는 죽었다 깨어난 사람이라도 대하듯 호들갑을 떨었고 구보아저씨는 멀리 여행이라도 다녀온 표정으로 우리를 대했다. “넌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전쟁터라도 다녀온 거냐?”“어휴 살 만 한가봅니다, 농담까지 하시고. 그런데 아저씨, 범인 얼굴 보셨죠? 얼굴 보면 아시겠어요?” 여자는 당황한 듯 나를 툭 건드렸고 말리는 형 아까 화장실 급하다며? 하고 말을 돌렸다. 그러나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의 도시 부차. 미하일은 생일을 맞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러시아군에 의해 칼에 찔려 의식을 잃고, 아내와 딸은 끔찍한 일을 당한 후 목숨을 잃는다.미하일은 러시아군이 시체를 파묻어놓은 구덩이들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마저도 실패하자 그는 어느 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춰버린다.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비해 만들어진 극비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이 작전 팀의 일원인 스토니는 러시아인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2017년 독일어로 출간되었던 이 책은 음악 저널리스트 마르틴 마이어와의 대화와 안드라스 쉬프가 그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에세이로 구성됐다. 대화 전반부는 음악 전반에 대한 쉬프의 깊이 있는 생각들로 채워져 있다.그가 생각하는 좋은 레퍼토리, 더 나은 연주 연습에 대한 견해, 곡에 적절한 악기로 연주하는 것의 중요성, 실내악에 대한 애정, 젊은 음악가를 교육하는 일, 동시대 음악과 청중, 그리고 비평가에 대한 생각 등 쉬프의 음악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 그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수레바퀴 이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 머리 위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떠오르면서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세상을 그려나간다. 저자가 설정한 세계관은 이러하다.만질 수도 없고 과학으로도 검증할 수 없는 원판, 즉 ‘수레바퀴’는 인간의 정수리에서 50센티가량 떠올라 있으며,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개개인의 청색 영역 비율은 어느 나라에서든 평균적으로 65퍼센트 전후고, 주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