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위기설은 이미 해묵은 소문이 돼 버렸다. 그렇다고 위기설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분명히 현재진행형이고, 머잖은 미래가 더 위기일 것이라는 그럴듯한 소문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현재 가장 핫한 뉴스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의 만남여부로 축약된다. 어쩌면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역사적 사건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 국민은 침착하기 그지없다.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사건이 닥아 올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좋게 표
나는 그때까지 켜져 있던 텔레비전을 끄고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모로 누워 마치 기도하듯 양손을 모아 얼굴 앞에 둔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아랫배가 가볍게 오르락내리락하며 규칙적인 숨소리를 냈다. 투명하게 빛나는 손톱, 흰 뺨, 아름답게 흐트러진 머리칼, 가느다란 어깨…… 색색거리며 잠든 해맑은 얼굴이 속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꿈은 아닐까 싶어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져 보았다. 그녀는 약간 몸을 뒤챘을 뿐 잠에서 깨지 않았다.은영아.나는 잠든 그
물가가 말 그대로 줄줄이 오르고 있다. 특히 서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물가오름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가로는 외식비를 꼽을 수 있다.가난한 월급생활자에게 외식비는 늘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용돈의 거의 전부이다시피 한 외식비는 가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생활경제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소득주도경제를 주창한 이 정부로서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정부는 그동안 미국과의 FTA개정협상이나 잇단 대미 철강관세문제, GM의 군산공장폐쇄 등 굵직한 현안 해결에 빠져있었다. 서민경제문제
그녀를 만나지 못한 지난 오 년 동안, 나는 아무쪼록 그녀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만을 바랐다. 가능하면 결혼하지 않았기를 바랐고, 건강하게 살며 이따금 나를 기억해주고 있기를 바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밖에 없었다.“어디예요?”서안동 IC를 빠져나올 때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목소리에 조바심이 실려 있었다.“다 왔어. 안동시내로 들어가는 중이야.”“아까 내린 데 거기 있을 게요.”“응. 조금만 기다려.”셔터 내린 상점들, 나트륨 등만 싸늘하게 빛나는 텅 빈 거리, 풍경들이 빠르게 뒤로 밀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재인 정부의 청년실업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거듭되는 대통령의 질책과 이어 나오는 대책이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발표되는 실업률은 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정부는 청년들에게 보다 많은 소득을 주고자했다.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과거보다 훨씬 많은 급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당 최저임금을 사상최고로 인상한 것이다. 경제단체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반대쯤은 눈 하나 깜작하지 않았다.품값 올려준다는데 마다할 일꾼이 있겠는가.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알바비로는 늘 가난하다고 느꼈던 청년들은 새 대통령의 과단성에 박수를 보냈다.
남쪽에서부터 꽃소식이 올라왔다.윤중로에 벚꽃이 한창일 때, 아예 센터 일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병간호하기 위해 은영이 다시 서울에 올라왔다. 아버지는 계속 혼수상태라고 했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엄청난 병원비 마련하느라 온 식구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 날 밤 그녀는 짐을 쌌다.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겼는데도 커다란 여행가방 두 개에 가득했다. 그녀는 힘들게 지퍼를 채웠다. 그 날 밤 우리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날, 터미널까지 그녀를 바래다줬다. 그녀는 오랫동안 못 올 거 같다면서 나에게 부모님 계시는 화
▲김왕기 씨 별세, 김기영(티쓰리엔터테인먼트 회장)·유영·유라(한빛소프트 사장)씨 부친상 = 18일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층 2호실, 발인 20일 오전 7시15분. 장지 봉안당 홈. [02-2258-5940]
소위 강성노조의 본거지쯤 되던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외국계 기업의 공장이 철폐하겠다고 발표를 하면서 잇달아 경제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딴 나라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상황이다.문재인 정부가 출발하면서 내건 구호가 소득위주의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전 정권이 창조경제니 경제민주화니 등등 그럴듯한 경제구호로 민심을 달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다가 소득위주의 경제정책을 펴 보이겠다는 새정부의 말은 서민의 가슴에 와 닿기도 했다.그러길 10여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경제적 실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세간의
“자기야, 꽃이 왜 피는지 알아?”어느 휴일, 올림픽 공원 팬지꽃밭 앞에 쪼그려 앉아 아이고 예뻐라, 아이고 예뻐라, 하며 한 송이 한 송이 향기를 맡고 있던 은영이 문득 나에게 물었다. 꽃밭에는 봄꽃들이 지천이었다.“글쎄…….” 나는 그녀의 모습을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었다.“모르는구나. 모르는구나.” 은영이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이렇게 ‘아이고 예뻐라’ 소리 듣기 위해서야.”나도 갑자기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 물었다.“꽃이 왜 아름다운지 알아?”“글쎄. 이쁨 받으려고?”“에이 그럼 답이 똑같잖아. 이쁨
물가가 움직이고 있다. 미국 발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GM창원공장도 불안하다. 군산공장 철수결정에 이은 불길한 조짐이다. 그나마 들리지 않던 경제에 균열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예측 불가능하던 안보상황 속에서 경제에 금이 생기고 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국민이 몰랐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주체 가운데 권력실세들만 몰랐던 것 같다.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전쟁선언을 하자 정면승부로 하겠다고 대응했다. 철강보복관세를 메기겠다는 미국에 대해 한 말이다. 법대로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그런데 그 정의로운 대응은 거
“왜?”“너는 내 여자니까.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만화영화 주제가가 저절로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짜짜짜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틀림없이 틀림없이 생겨난다, 지구는 작은 세계 우주를 누벼어라. 짱가, 짱가, 우리들의 짜앙가! 앞으로는 무슨 일 생기면 무조건 나부터 찾아. 알겠어?”“알았어, 짱가.”슬퍼하지도 말고 괴로워하지도 마. 무거운 건 내가 들어주고 슬프면 눈물을 말려줄 테니까. 언젠가 불행이 닥쳐 모든 사람이 너에게 등을 돌려도, 최후에 남는 한 사람이 있을 거야. 그
◇ 승진▲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이사) 박종갑▲ 국제본부장(전무이사) 강호민▲기업환경조사본부장(상무이사) 박재근
그 날 이후, 나는 꽃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를 발견하면 다음에 그녀와 함께 와야지 생각했고,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해도 그녀와 함께 보기 위해 먼저 그녀의 스케줄부터 알아보았으며, 거리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을 보면 좀더 색다른 코스는 없을까 고민하곤 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언제 어디서건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나의 모든 감각이 그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그녀보다 예쁜 여자는 많이 보았지만 그녀처럼 나를 설레게 한 여자는 없었다. 그 날 이후, 우리는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연인들이 그러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거의 비슷하다. 신용(신뢰)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고객이 믿고 거래하기 시작한 이상 그 믿음을 유지하기위해 노력한 결과가 성공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그래서 성공은 어느 한쪽의 결과가 아니란다. 쌍방의 노력이 일군 결과라는 의미다. 믿게 한자와 믿음을 유지한 자의 결과, 그래서 성공은 영속적이 아닌 일시적인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도 있다.잠시 쌍방의 어느 한쪽이 겉돌기 시작하면 이내 신뢰관계가 깨지기 쉬운 불완전체인 셈이 된다. 지속적 노력 외엔 달리 유지할 방도가 없다.개인이나 단체
▲정병우씨 별세, 정충성·인성·유성·주성·연숙·미영씨 부친상, 정종훈·종진(토요경제 금융팀 기자)·종규씨 조부상 = 21일, 순천의료원 장례식장 6분향실, 발인 23일 07시10분, 전화 061-759-9186.
‘올림픽 이후’가 문제라던 막연한 기우가 당장 발등의 불로 번지고 있다. 경제문제가 국정의 급선무가 되었다. 올림픽이 시작되자마자 GM군산공장이 폐쇄결정은 내린 것이다.미국본사의 결정에 따라 한국에 날벼락이 날아든 것이다. ‘날벼락’ 같다지만,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는 터수라 올 것이 왔다는 표현이 지당하다. 장사가 뜻대로 되지 않는데 좌판을 벌이고 있는 게 이상했다는 논리다.이미 그 공장은 문을 닫아도 벌써 닫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가동률이 20%대를 오가는 상황인데도 강성노조는 늘 투쟁의 강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뜻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여성지 기자가 되었다. 주로 쓰는 것은 연예인, 자동차 판매왕, 베스트셀러 작가, 성공한 여성 등 화제인물 인터뷰 기사다. 조폭 두목의 아내를 인터뷰한 적도 있다.내 기사는 튀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아름다우면서 발랄한 문체,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의 독창성 이상이 내 기사에 대한 대체적인 평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기자를 꿈꾸던 대학시절부터 정치인, 경제인, 작가,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각계각층을 상대할 수 있는 잡학을 쌓아왔
한밤중, 자동차가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서울 시내로 들어섰다. 나는 강변북로를 타고 서강대교를 지나 상수동으로 진입, 연남동으로 들어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멍하니 내 방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잘하면 은영과 함께 돌아오겠구나,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나는 계단을 딛고 올라가 패잔병처럼 현관문을 열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식탁 앞 의자에 주저앉았다.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생수를 마시고 멍청히 앉아 담배를 한 개비 피웠다.옷장을 열
‘올림픽 이후가 문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올림픽을 쇼에 비유하기도 한다. 더불어 올림픽을 기화로 북한이 보여주는 행태를 두고도 쇼라고 비꼬기도 한다. 모두 문재인정부의 권력속성이 기존질서와 다르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견해다.정말 이런 평가대로라면 올림픽 이후 이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는가에 적잖은 관심이 쏠린다. 우선 북핵을 둘러싼 외교적 문제가 의문시 된다. 따라서 우리와 미국 간의 외교적 지위에 관심이 커진다.당장 연기되었던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될 것인가를 두고도 신경이 쓰인다는 반응이다. 우리정부가 순조롭게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한 문재인정부의 노력은 거의 눈물겹다. 출범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뜻있는 국민의 심금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덜컥 기업의 법인세를 올린 것도 그렇거니와 최저임금을 올린 것도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한 전단계였으리라.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질척이는 까닭을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사회적 적폐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있다. 엉뚱한 핑계라고 외면하지 못할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소득이 들쭉날쭉한데 어느 한쪽만의 비정상적인 성장에 힘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