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공간(空間)’에 관한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민주가 그토록 찾던 방(房)은 사건이 일어나는 실제 생활 공간만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적,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상징이며 저항과 순응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소설은 시간의 경계를 지우고 독자들을 1980~1990년대로 데려간다. 서울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대한민국.주인공 민주를 따라 능바우 시골 아이들의 사투리를 듣다 보면 눈앞에 알록달록 꽃동산이 펼쳐진다. 시간이 지나 찬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는가 싶으면 어느새 도시 한구석의 서늘한 냉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그런데 우리는 감정을 미래의 행복을 위해 미루거나 억눌러야 하는 것쯤으로 여겨 왔다.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소홀이 여겨 온 감정 중 하나인 경이로움의 의미와 효과 그리고 실천 방법을 해설하여 경이로움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한 경이로움 사용 설명서다.개인적 역량의 발전에서부터 친사회적 성향의 증가 그리고 건강에 이르기까지 경이로움의 효과는 다양하고 풍부하다.그 힘은 우리가 배우는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고, 궁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다.열여섯 살 목화는 꿈을 빌려서 그러나 현실처럼 생생한 순간들을 목격한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무작위한 죽음의 장면. 동시에 한 목소리가 들린다.네가 구하면 살아.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은 이어지고 일상은 흔들린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을 살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 일은 대를 이어온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장대한 달러 역사를 다룬 이 책은 7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면 쉽게 읽어낼 수 있다.첫 번째 키워드는 ‘패권’이다.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던 영국의 파운드가 미국의 달러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 배경을 들여다본다.두 번째는 ‘전쟁’이다. 미국과 달러의 지위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독립전쟁부터 남북전쟁, 제1차·제2차 세계전쟁까지 핵심적인 사건을 짚어본다.세 번째는 ‘리더십’이다. 금융개혁을 이끈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금융 시스템의 구원자’ J. P. 모건, ‘혁명의 물주’ 모리스 등 달러의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사라진 것들’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에는 사라진 많은 것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촉망받던 연주자가 희귀질환으로 한순간에 잃어버린 재능이기도 하고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꿈꾸던 미래이기도 하며, 한 부부의 사이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지만 둘의 관계를 영영 바꿔버린 한 소녀이기도 하다.이 책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그런 사라짐을 통해 삶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를 어렴풋이 실감한다.이 책은 어떤 것도 영원할 수 없다는 깨달음, 그리고 그 이후를 그리고 있다. 시간은 누구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도시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청소 용역이 버려진 한 아기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분지 지형인 북쪽도시 B시를 배경으로 아기를 가지려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도시와 인간의 생멸의 문제에 다층적으로 접근한다.‘우리의 삶이 삶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징후’에 집중하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는 저자의 말을 증명하듯, 책은 인간의 고유성이 대체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가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실존이 놓여야 할 곳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조류
2016년부터 『차상찬전집』을 7권까지 발간해 온 강원문화교육연구소가 『차상찬현대문선집1–춘천의 봄소식은 어떠한가』(강원도민일보출판국)를 최근 출간했다. 일제강점기의 언론인이자 민족문화운동가로서 보여준 치열한 민족정신이나 광범위한 활동 영역에 비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청오 차상찬의 생각과 작업을 일반인에게 더 널리 알려야 하겠다고 기획한 책이다. 선생은 식민지 국민이 자긍심을 가지고 민족정기를 굳건히 유지하도록 무력 저항에 못지않은 노력을 해온 자랑스러운 인물이지만 일반인들은 많이 알지 못하고 있다. 선생의 출신 지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시 1,886편, 장편소설 128편 출품 등 치열한 경쟁 속에 펼쳐진 2024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가 지난 24일 시상식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는 한열음 작가의 ‘민주의 방(房)들’이 장편소설 대상을, 이사과 작가의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가 시 부문 대상을, 박마리아 작가의 ‘산 능선’이 시 우수상을 수상했다.장편소설 대상 수상작 ‘민주의 방들’은 미학을 살린 새로운 구성이 돋보인 가운데 나무랄 데 없는 탄탄한 문장으로 심사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2024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아리수빌딩 6층 채그로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이날 시상식에는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한열음 작가, 시 부문 대상 이사과 작가와 우수상에 선정된 박마리아 작가, 조영환 현대경제신문 총괄대표, 심사위원을 맡은 김호운 소설가, 나태주 시인, 이정 작가 등이 참석했다.조영환 총괄대표는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가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문인들 사이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주인공 현회는 수많은 인물의 지지와 갈등 속에 표류하는 삶을 살고 있다.사사건건 불화를 겪는 어머니는 현회의 잠재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지지와 갈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다.현회는 어머니와의 감정이 부모와 자식 간의 애정 때문이 아닌 연민과 동정의 감정이고, 연을 끊지 못하는 것은 사회의 감시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의무감 때문이라 생각하며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한다.현회는 인간의 통상적 윤리나 규범에는 무관심하지만 확고한 자신만의 윤리와 규범이 존재하는 주체적 인물이다. 현회는 그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우리 역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역과 문화유산을 만나는 ‘국토박물관 순례’시리즈다. 답사기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우리 역사의 진수를 국토박물관 속에서 차근차근 찾아가는 새로운 답사기이자 진화한 답사기인 셈이다.선사시대와 고대사를 다룬 이번 1~2권을 시작으로 근현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이 책에는 역사와 문화, 유물과 현장을 아우르며 수십 년간 우리 역사의 현장을 두루 순례하고 소개해온 저자의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통찰과 매력으로 가득하다.또한 우리 역사를 차근히 알아갈 수 있도록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대체역사소설과 사실주의, 디스토피아를 넘나드는 작품이다.저자는 3세기에 걸친 미국의 역사를 다시 쓰고 기록하고 상상하며, 현실에서 낙원을 찾고 만들어나가려는 미국식 열망으로 작품을 맺음했다.작품은 3부작으로 쓰였다. 1893년, 1993년, 2093년 100년을 터울로 하고, 미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대체역사소설 형식으로 시대를 구성했다.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 ‘1984’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에 팬데믹, 차별과 혐오, 성정체성, 국가와 개인 등 전세계를 뜨겁게 만든 이슈를 녹였다.저자는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북한 사람들은 억압적인 체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북한에서 저항은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북한 민주화의 주체는 누구일까?”이것은 북한 인권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갖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탈북민 출신 연구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낮에는 전체주의 공포 체제에 굴복해 순응하다가 밤에는 온갖 불법 행위를 벌이는 북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생활양식을 ‘일상의 저항’으로 파악한다.또한 1990년대 이후 시장 경제의 주체로 부상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이러한 이중성을 대변한다고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이 책은 하루아침에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되어버린 한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의 공포와 가해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낸 저자의 대표작이다.총 10장 구성의 이 소설은 홀수 장을 피해자인 여성 주인공의 시점으로, 짝수 장을 가해자인 남성 주인공의 시점으로 그린다.이는 동일한 사건을 정반대의 시각으로 거듭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매우 공포스럽고 섬뜩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식 차이를 예리하게 드러낸다.책 말미에 수록된 해설은, 일본에서 스토커 500명 이상을 카운슬링한 스토킹 범죄 전문가 고바야카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책’ ‘과학’ ‘나이 듦’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우정을 쌓아온 우리 시대의 지성인 이권우, 이명현, 이정모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뇌과학자 정재승과 만나 ‘지능’에 관한 아주 특별한 대담을 나눴다.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차하는 격변의 시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질문들이 필요할까?“책의 시대를 관통하여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대화에서 우리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뇌는 어떻게 변하는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궁극적 능력은 무엇인지, 우정은 행복한 노년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등을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측정 방법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기준도 점점 더 엄밀해진 과정을 살펴보면, 그 역사에 수많은 개인들의 치열한 탐구와 더불어서 시대정신의 변화나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큰 영향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표준 길이로서 1미터가 탄생한 배경에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뜨거운 사건이 있었고, 토지를 측량하면서 그려진 지도는 제국의 식민지 지배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평균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우생학이라는 끔찍한 학문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책은 공기나 물처럼 일상에 너무 깊이 관련되어 있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저자는 1997년 ‘가디언’에 입사해 11년간 정치부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 출신이다.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위협을 당하는 영국 국회의원들의 사례가 이 책의 모티프가 됐다.그들은 소셜 미디어상의 괴롭힘에 시달리면서 집 현관에 잠금장치를 여러 개 설치하고 테러에 대비해 지역구 사무실에 비상 버튼을 설치하거나 패닉룸(대피소)를 마련하기도 했다.작가는 인터뷰에서 진짜 스릴러는 우리의 현실에 있다고 밝히면서, 이 책에 뉴스보다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한, 지금 이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냈다.정치인처럼 공적인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전 세계 언론사와 저널리스트들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이 급진전하는 가운데, 초등학생부터 90세 노인까지 개인들도 뉴스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금세 만들고 있어서다.가짜 뉴스의 범람과 유튜브 같은 SNS(소셜미디어)의 득세는 ‘진짜 언론’과 ‘유사 언론’의 경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100년 넘게 통용되어온 미디어 법칙이 파괴되고 있는 지금, 한국 언론은 어떻게 생존하고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올해 34년차 현역 언론인인 저자는 해법을 복잡한 이론이나 디지
고맙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에서 응모하는 신춘문예 시 작품들을 읽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선은 응모된 작품의 양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시적 표현에 대한 열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한 증거인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인간이 시를 필요로 하는 것은 감정적인 문제가 많을 때 그런 것이란 것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여러 차례 읽어 이진호 씨의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를 당선작으로 뽑고 박마리아 님의 「산 능선」을 가작으로 뽑습니다. 또한 최종심까지 겨룬 작품은 양일동 님
국내 신문사 주최 신춘문예 공모 행사 가운데 장편소설을 모집하는 곳은 현대경제신문사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설의 본령이 장편소설이지만, 신문·잡지·출판사에서 장편소설을 수용 발표하기에는 지면 확보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서 대부분 중편이나 단편소설을 수용한다. 신춘문예 역시 신문에 게재할 수 있는 분량의 단편소설 중심으로 공모하고 있다. 이러한 창작환경에서 장편소설 중흥을 위해 신춘문예에 장편소설을 공모하는 현대경제신문사에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감사 말씀을 드린다.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에서 예심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