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이 역대급 이자 이익을 손쉽게 올렸다는 비판 여론에 퇴직금과 성과급까지 줄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특별퇴직금을 전년에 비해 5개월치에서 많게는 10개월치를 줄였다. 성과급 역시 직전에 비해 50%포인트에서 많게는 200%포인트까지 줄였다. 은행권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자 장사로 수 십조 원의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 혼자 배불리고 있다는 정부와 여론의 부정적인 시각에 움츠러들고 있는 모습이다.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
“금융권은 고금리, 경기둔화로 인한 서민경제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다양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해 적극 추진 중이다.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 경감 등 상생금융으로 소비자가 받게 될 혜택은 총 1조 1,47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8월말까지 소비자가 받은 혜택은 4,700억원에 달하며, 관련 취급금액은 63조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혜택을 받은 소비자 수는 은행권 기준 약 174만 명이다”지난 9월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상생금융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으로 이같이 발표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앞서 발표한 상생금융 방안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제4이동통신사업자에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28㎓ 신규 사업자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19일 오후 마감한 결과 이들 법인이 전국 단위 주파수 할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정부는 이들 법인을 대상으로 결격 사유를 검토한 후 주파수 경매를 개시할 예정이다.제4이통사 설립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과점 구조를 깨고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추진됐다.정부는 제4이동통신사
[현대경제신문 정예린 기자] 올해 들어 증권사 하한가 사태와 내부통제 문제가 여러 번 일어나면서 증권사 내 규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리스크관리는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라임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 여러 문제가 있었을 때마다 내부통제가 지적된 바 있다.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적극적인 감사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도 증권사 금융사고 건수 및 금액 규모는 매년 증가한다. 2023년 4월 SG증권발 주가 하한가 사태가 발생했다. SG증권발 주가 하한가 사태는 증권사 CFD(차액결제거래
에필로그11934년평안북도 구성군 서산면 남시정식의 아내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 해가 창호지를 바른 창문에 넘실거렸다. 정식은 이불을 덮지 않고 두루마기를 입은 채 벽 쪽에 잠든 듯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요즘은 술 먹고 늦게 들어와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곤 했다. 평소처럼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머리맡에 떨어져 있는 손바닥만 한 흰 종이가 눈에 띄었다. 오래전부터 남편이 지니고 다니던 생아편이 떠올랐다. 순사보에게 두드려맞은 이후 진통제로 복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 낫고도 궂은날엔 뼈가 수
6장이별4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집안은 어둠과 적막에 휩싸였다. 할아버지가 늦게까지 책을 읽곤 하던 사랑채에서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허청 처마 밑에 수북이 쌓여 있던 장작 더미도, 그 옆 빈터에 집채만 하게 자리 잡았던 짚 누리도 보이지 않았다. 농사 규모가 현격히 줄었다. 새경을 줄 수 없게 되자 십수 년을 함께 살던 머슴 팔복이도 떠났다.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정식의 두루마기가 바람에 맞서며 내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고요를 깨뜨렸다.우두커니 서서 집안을 넘겨보던 정식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할아버지 내외와 부모님에 대한 인사를 그
6장이별2옥화네 주막 기둥에 걸린 호롱불이 주탁에 앉은 정식과 배찬경을 비추고 있었다. 배찬경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꾸 밖을 곁눈질했다. 몹시 불안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안이 밖보다 더 밝아 밖은 보이지 않았다.“돈이 필요 없으면 안 찾아오려고 했어? 감시가 더 심해졌나?”눈빛에 그답지 않게 애원을 담은 배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중차대한 일이라도 생겼나 보지?”배찬경이 또 고개를 끄덕였다.“의지할 동무라곤 자네밖에 없는데, 어디 가려고?”정식은 일제의 감시 아래에 있는 남시에서는 더는 못 살겠다고 한 배찬경의 말을 떠올렸다. 배찬
6장이별 1 “거짓말이지?”정식이 비틀거리면서 물었다. 배찬경은 정식이 쓰러지지 못하도록 곁에서 정식을 바짝 붙잡았다. 늦은 밤까지 순사주재소 창에서 비치던 불빛은 벌써 사라졌다. 정식과 배찬경이 막 나온 큰길가 옥화네 주막의 불빛도 두 사람을 몰아내고는 툭 꺼졌다. 배찬경이 정식에게 거짓말을 한 기억은 없었다. 다만 참말을 거짓말처럼 싱겁게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지 참말을 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었다.“자네 엉너리에 놀아나는 착한 이가 되고 싶지 않다니까. 왜 거짓말이라고 말하지 못하지?
5장 귀국과 생업 19“할아버지, 마지막 부탁이라니까요.”정식은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낼 것처럼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저 형편이나 아뢰어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임을 안 지 이미 오래였다. 아무리 반항하더라도 결과는 모두 할아버지 뜻대로 결정되었다. 할아버지는 예부터 지켜 오던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몹시 싫어했다. 금광 경영에 실패하고 나서 그런 경향이 더 완강해졌다. 할아버지가 눈길을 방문 밖으로 훽 돌리며 혀를 끌끌 찼다. 성을 낼 필요조차 없다는 듯 큰소리는 치지 않았다. 아버지를 묶어놓고
5장 귀국과 생업 17 마당의 은행나무가 샛노란 이파리를 우수수 떨구었다. 한기를 품은 바람이 이파리들을 울타리 부근 구석진 곳으로 몰아갔다. 이젠 한낮이라도 밖에 있기가 부담스러웠다. 정식은 쌀가마니를 광으로 옮기는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배찬경을 맞았다.“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웬일이야?”배찬경이 마당가 장의자에 정식과 함께 앉았다.“아내가 도둑 집에서 찾아온 거라네.”“도둑을 맞았다고?”정식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내는 며칠 전 장인을 찾아가 하소연 끝에 햅쌀 한 가마를 얻어왔다. 광에 둔 쌀이 없어진 것
5장 귀국과 생업 15 “입에서 똥물이 줄줄 나오도록 해줄까? 네 아비처럼 병신이 되도록 해줄까? 어서 대.”조선인 순사보가 멱살을 잡아 정식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정식은 쓰러진 채 고슴도치처럼 몸을 웅크렸다. 몸이 이미 방어할 본능조차 잃어가고 있었다. 볼이 찢어졌는지 몹시 따가웠다. 코피가 인중과 턱으로 흘러내렸다. 주위 바닥에는 벽지를 만들 종이 뭉치가 무너져 짓밟혀져 있었다. 벽지에 찍을 인동무늬 조각판들도 여기저기 마구 흩어져 있었다. 책상 서랍의 내용물들도 엉망진창으로 책상 위를 뒤덮고 있었다. 신문보급 공간이라기보다는
5장 귀국과 생업 13 길가 쪽으로 난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누군가 지국 사무실로 들어왔다. 정식은 신문 뭉치들을 사무실 한쪽 구석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아직 구독자를 찾지 못한 신문 뭉치들이 사무실 한쪽 벽을 절반 높이를 넘겨 채웠다. 정식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지모토 순사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서 있었다.“정식 씨, 당신이 민요시인이오? 민요라, 민요…….”정식은 일을 멈추고 책상 앞에 앉았다. 지난해 《개벽》(1925. 4)에 실렸던 김기진(八峰 金基鎭)의 평론 ‘현시단의 시인’을 기억해
5장 귀국과 생업 11 지국 사무실의 미닫이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아내가 정식의 책상 앞에다 편지 한 통을 툭 내던졌다. 그동안 사무실에는 얼씬하지 않았다. 남자의 일터에 출입하지 않는 여인네들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한몫했겠지만, 해야 할 말조차 참는 아내의 성격으로서는 그보다는 점증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 탓일 가능성이 컸다. 오늘은 달랐다. 나름 대담한 결심을 품고 온 듯했다.“이 여자는 또 어찌 낚아챘소?”아내가 정식 앞에 똑바로 서서 정식을 꼬나보았다. 퍽 당돌했다. 당혹감을 견디며 정식이 편지로 눈
5장 귀국과 생업 7겹쳐진 산들이 수묵화처럼 짙거나 엷게 사방에 펼쳐졌다. 정식은 향기 나는 나무가 많아서 묘향산이라고 한다는 산 이름의 유래를 확인하고 싶었다. 쪽빛 하늘에서 바람이 건들건들 불어 왔지만, 아무리 코를 벌름거려도 향내는 풍기지 않았다. 보현사 암자 이름인 ‘법왕대(法王臺)’라는 글자를 새긴 너럭바위에 앉아 다리쉼을 했다. 이름 모를 작은 풀꽃들이 단풍 사이로 보였다. 새소리가 아늑히 들려왔다. 지나온 영변 약산과 서해도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저 생각일 뿐 약산만 하더라도 여기서 3백 리 길이었다.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개최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금융회사 스스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구분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해 책임을 묻겠다는 게 이날 발표한 제도개선 방안의 골자다. 앞으로 발생하는 금융사고의 책임을 금융회사의 담당 임원들이 미리 맡아서 지도록 하자는 거다.좋은 취지다.그간 일부 금융사의 부실한 경영과 불완전판매로 인해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전
5장 귀국과 생업 5 구성 평지동. 정식이 이부자리에 몸을 눕히자마자 아내는 성큼 저고리를 벗었다. 밤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체면을 차리지 않았다.“아이들 장난감은 관두더라도 장인 장모 선물은 사왔어야지요.”아내가 등잔불을 껐다. 이불을 들썩이며 정식 곁에 누웠다. 어느새 치마와 속옷을 벗었는지 미끄러운 맨살이 정식의 몸에 닿았다.“됐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에요.”아내가 정식의 샅 사이로 손을 넣었다.“당신을 보니까 오빠의 불편한 심기가 도졌나 봐요. 도대체 혼인을 하기는 한 거냐고 자주 물었거든요.”가족들의 눈총과 구박
5장 귀국과 생업 11923년경성 커엉, 커엉.기적이 울렸다. 정식이 경성역을 빠져나왔다. 반년 만에 돌아왔다. 작별하는 사람과 상봉하는 사람으로 역 광장이 소란했다. 큰 가방을 들고 사람들 틈을 피해 앞으로 나아갔다.정식이 곡절 끝에 시모노세키 역 광장을 빠져나왔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조선인 청년들이 부두에 모여 있다가 의심쩍어 역으로 몰려온 덕분이었다. 멀찍이서 딴 짓만 하던 경찰은 그때에야 비로소 다가와 말리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칼을 휘두르는 일본놈을 폭행한 조선인 청년만 잡아갔다. 정식은 승선한 뒤 피투성이가 된 일본
4장배제고보 시절과 도일 16 열린 창문으로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어 왔다. 정식이 짐 꾸리기를 마무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가족들의 선물은 돈도 없고 경황도 없어 준비하지 못했다. 다만 며칠 전 학원에 가는 도중 노점에서 아버지의 점퍼와 혁대를 매는 바지나마 하나씩 산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복 바지를 엉덩이에 걸치고 다니는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땅거미가 진 뒤에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배찬경에게 찾아가 작별인사도 건넸다. 다른 이들에게는 인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내일 아침 도쿄역에서 열차를 타고 시모노세키(下關)까지 가서 관부연
4장배제고보 시절과 도일 13 바람이 살랑살랑 피부를 간질여 더위를 식혀 주는 회나무 그늘 속. 정식은 도미꼬, 배찬경과 함께 도시락을 가운데 두고 너럭바위 위에 둘러앉았다. 도심의 절 경내면서 많은 묘비들이 가까이 있다고는 하지만, 고즈넉한 숲속 분위기였다. 마침 공휴일이었다. 배찬경이 찾아왔다. 도미꼬의 어머니가 소풍을 권했고, 도시락을 준비했다. 정식이 학원에서 돌아오면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꼴이 안쓰러웠는가 보았다. 정식은 공부도 공부려니와 나가면 쓰게 되는 돈을 벌충할 방법이 없었다. 군대 간 아들 또래라서일까? 도미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2장 레트로가든(1)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햇빛이 날카롭게 눈을 찔러댔다. 기타 소리를 쫓아 주변을 돌았다. 모텔 건물 뒤로 나 있는 찻길로 갔다. 왕복 이 차선 도로인 좁은 찻길이었다. 50미터 정도 걷다 보니 바로 옆에서 기타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같은 코드를 지겹도록 반복하고 있었다. 초보인가. 바레 코드를 연습하는 걸 보면 생초보는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상대는 집요한 성격인 것만은 분명했다. 줄을 긁어대는 소음과 두 개의 코드를 오가며 쉼 없이 반복하는 짓은 정말이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